‘묻지마 대출’을 일삼는 캐피탈사의 도덕적 해이가 급기야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는 일이 발생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11일 문신을 보여주며 소비자를 위협해 중고차를 강매한 중고차사기범 일당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에게 속아 자동차를 강매당한 기초수급자인 김모(66)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에게 할부금융을 제공한 캐피탈사는 사기꾼들이 3개월 동안 수억원의 불법대출을 진행했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캐피탈사의 도덕적 해이는 중고차 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LED간판 광고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캐피탈사의 할부금융을 이용한 사기꾼들에 의해 소상공인 30여명이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지난 2019년에는 당구장 업주 수십명이 캐피탈사의 리스 상품을 이용한 사기로 20여억원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들 사기꾼들은 메뚜기처럼 캐피탈사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지만 캐피탈사들은 여신취급과정에서 이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고차 사기사건을 포함해 캐피탈의 할부금융을 이용한 사기사건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으며 근절되지 않고 있다. 끊임없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캐피탈사의 도덕적 해이와 이에 편승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는 시스템이 가능한 대출모집인제도 때문이다.
신용카드사의 카드모집인이나 금융기관의 대출모집인 등은 ‘1사 전속’을 원칙으로 한다. 한 명의 모집인은 한 곳의 금융기관에만 등록할 수 있고 등록된 금융기관의 상품만을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
1사 전속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모집인들로 하여금 과잉대출을 유도하는 관행을 없애고 개인 신용정보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캐피탈사의 대출모집인은 1사 전속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한 명의 모집인이 여러 캐피탈사에 등록을 하고, 각사의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는 캐피탈에 등록한 모집인들은 과잉대출을 취급할 수도 있고, 모집과정에서 얻게 된 개인신용정보를 다른 영업행위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캐피탈사의 주력상품인 리스나 할부금융은 대부분 1사 전속 규정에 제한이 없던 자동차딜러들이 취급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1사 전속 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1사 전속이 전체 캐피탈업계로 확산될 경우 대형 캐피탈사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반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캐피탈사의 대출모집인은 소비자 한 명을 놓고서 여러 곳의 캐피탈사에 대출신청을 하고 대출한도가 많이 나오는 곳의 상품을 취급한다. 1사 전속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
캐피탈사의 대출모집인에게는 대출한도액이 얼마나 많이 나오며, 본인에게 지급될 모집수수료가 얼마인지가 중요할 뿐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대출이자율은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들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는 소비자만 이른바 ‘호갱’이 되는 셈이다.
캐피탈사는 이런 호갱을 대상으로 이자를 높게 받으면서 자산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면서 할부금융 사기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2013년부터 발생하고 있는 캐피탈사의 대출사기 사건은 사기에 이용되는 물품이 자동차와 LED 등으로 바뀔 뿐 사기 수법은 대개 비슷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며 “통제가 불가능한 캐피탈사의 대출모집인 제도를 제도권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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