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매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 알싸한 향, 9월부터 12월이 제철인 갓김치다.
독특한 맛과 풍미로 여수의 특산물이었던 갓김치가 이제는 전 국민이 즐겨 먹는 김치로 한자리를 한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갓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6세기에 쓰인 ‘신농본초경집주(神農本草經集注)’에는 “갓은 배추와 비슷하면서 털이 있고 맵다. 날것을 먹어도 좋고 소금에 절여 먹어도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보고 갓이 오래전부터 우리 식탁에 올랐던 것을 알 수 있다.
갓은 독특하게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이 매운맛은 폐기(肺氣)를 돕는 맛이다. 겨울철에 갓김치를 먹으면 코가 뻥 뚫린다. 갓의 씨앗이 개자다. 우리가 겨자로 쓰는 것이 개자다. 코끝에 눈물이 고이면서 막힌 폐기를 열어준다. 기침과 가래를 줄여준다. 확 뚫고 올라가는 시원한 기운이 정신도 맑게 해주니 두뇌에도 좋다.
폐기를 열어주는 갓은 또한 막힌 가슴도 펼쳐준다. 스트레스로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고 짓눌렀던 심장이 시원해진다.
갓의 매운 맛은 소금과 궁합이 잘 맞는다. 소금에 절여지면 갓 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젓갈과 양념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뜨거운 에너지인 매운맛과 차가운 기운인 소금의 짠맛이 만난다. 갓김치가 익어가며 불과 물의 한판 싸움이 일어난다. 적당히 익어진 갓김치는 그래서 심장의 혈액순환에 좋다. 또한 소변을 잘 보게 하는 방광을 돕는 역할도 한다.
갓김치의 푸른 잎은 간의 형상이다. 갓 속의 매운맛은 폐의 맛이다. 잎 뒤에 살포시 여민 붉은 색은 심장의 모습이다. 한방에 목생화(木生火)라는 말이 있다. 심장을 튼튼히 하려면 간이 도와줘야 한다. 간에서 피를 잘 걸러줘야 한다. 맑은 피는 심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갓은 그 스스로 이미 목생화를 하고 있다. 피를 맑고 깨끗하게 하는 품성을 지닌 갓이다. 많은 현대인이 겪는 혈액순환 장애에 꼭 필요한 야채가 아닐 수 없다.
갓은 그 성질이 따뜻하다. 그래서 몸을 따뜻하게 한다. 차가운 소화기에 들어가면 위장의 운동을 촉진한다. 차가운 돼지고기나 해산물을 먹을 때 갓김치를 같이 먹자. 좋은 소화제로서 탈을 막아준다. 대장의 운동을 촉진시켜 변도 잘 보며 다이어트에도 좋다.
갓은 그 맛과 향으로 대체 불가한 매력을 발산한다. 묘한 중독성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현대인의 건강에도 좋다. 답답한 마음과 축 처진 가슴을 시원하게 뚫고 싶은 날, 갓김치로 입맛을 되찾아 보자.
이규화 삼정자연치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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