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가 그동안 이어온 경기 둔화의 단계에서 벗어나 조만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가 최근 발표한 ‘6월 경제 동향’ 보고서는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나,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들어 KDI는 경기 침체 내지는 부진 전망을 계속해서 내 놓았지만 지난달부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KDI 경제 동향을 추이를 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는 경기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5월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KDI는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올 1월에는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경기 둔화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리고 2월 ‘경기 둔화 심화’, 3월 ‘경기 부진 지속’과 같이 부정적인 의견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하지만 5월 경제 동향에서는 내수 부진이 완화되면서 하강세 진정되고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6월에는 경기가 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KDI가 이처럼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반도체 수출 금액과 물량의 감소세가 둔화되며, 특히 대(對) 중국 수출 감소폭이 점차 축소되는 등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였으며, 소비자심리지수도 3월 이후에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그런데 KDI가 6월에 사용한 표현이 조만간 경기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 보인다. KDI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 이어진다고 말하듯이 6월 경제 동향 보고서 내용은 우리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은 지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조업의 예를 봐도 평균가동률은 72.0%에서 71.2%로 떨어졌고, 재고율도 130.4%로 전월(117.2%)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지 경기 저점으로 해석 가능한 지표가 일부 나온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그리고 경기 저점의 신호로 제시한 세 가지 항목도 보고서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먼저 반도체 수출의 경우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5월 감소세는 –36.2%로 4월 감소세 –41.0%보다 소폭 호전되었을 뿐이다. 이를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힘들다. 아직까지는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5월 98.0을 기록해 3월 이후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같은 시기 소비 증가세가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KDI는 석유 가격의 하락 등 수입 물가의 하락으로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되는 가운데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상승세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3.7%로 전월(3.3%)에 비해 낮아진 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의 하락 추세와 달리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4.0%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물가 문제는 여전히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KDI가 6월 경제 동향에서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통과해 반등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를 주었지만, 세부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저점을 확신할 수 있는 단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설비투자나 건설투자 전망을 보면 향후 경기 부진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과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2%p(1.6%→1.4%), 0.1%p(1.6%→1.5%) 하향조정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 9일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3년 2/4분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1.5% 보다 0.2%p 낮은 1.3%로 전망하는 등 우리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국책연구소인 KDI가 우리 정부(재경부)가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믿고 있는 ‘상저하고(上底下高)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 같은 보고서를 내지 않았나’하는 의심마저 든다.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코로나 시국보다 더 어려워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KDI의 경기 반등 가능성의 메시지는 공허하게만 들린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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