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베트남 경제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액을 1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양국 간 수출입 총액이 877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수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베트남에 40억 달러의 유상원조와 2027년까지 2억 달러의 무상원조를 환경, 기후변화 대응, 보건, 교육, 디지털 전환 등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국은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의 개발을 위한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설립 MOU’를 체결해 광물 자원의 무기화에 대응하기로 했다.
베트남과의 경제 협력 강화는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무역수지 흑자국이었던 중국이 경기 침체와 함께 미국의 견제로 대중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베트남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실제로 중국과 교역은 2021년 293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478억 달러 적자로 돌아서는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반면 베트남과 교역은 2021년 327억 달러에 이어 2022년 34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흑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시장은 우리나라가 지난 몇 년 동안 공을 들여온 시장이다. 특히 2016년 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아세안(ASEAN)과 인도 시장을 중시하는 신남방정책이며 베트남 시장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중국과 관계가 사드 갈등 때와 같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하던 베트남 시장이 올해 들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베트남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對) 세계 수출증감률은 올 1분기 –11.7%를 기록한데 이어 4월에도 –16.2%로 떨어졌으며, 베트남이 전 세계로부터 수입하는 물량도 1분기 –15.4%에 이어 4월에는 –23.1%로 더 떨어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베트남 수출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수출이 부진한 원인은 한·베트남 교역구조와 관계가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생산기지로서 중국 비중을 줄이기 위해 베트남으로 진출이 활발했다. 따라서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해외 생산기지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더디게 회복하는 베트남 경제가 우리 기업의 대(對) 베트남 수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즉, 우리 기업의 베트남 소재 생산기지로 향하는 중간재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도시 봉쇄로 우리 수출이 줄어든 것과 비슷한 이유이며, 그동안 지적된 차이나 리스크가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기미를 보여 우려가 된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 비슷한 경제 개발 과정을 거친 베트남 경제 특성상 수입대체산업의 육성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입 비중을 낮춰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베트남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베트남 입장에서 보면 한국으로부터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중국에서 나타나는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베트남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 경제협력과 관련한 111건의 MOU가 체결되었다. 이 중에는 전기차와 같은 첨단산업 관련 기술협력은 물론이고 핵심광물, 온실가스 감축 등 글로벌 공급망 해소 및 미래를 향한 협력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과 국제 분업 관계가 최근 크게 흔들리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베트남과 경제 협력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