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한국은행이 지난달 21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금융 불안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올해 상반기 중 글로벌 은행 불안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무역 수지 적자 등 성장세가 둔화되고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높은 가계부채 수준, 주택가격 조정, 기업 재무건전성과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저하 등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취약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은 보고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폭 하락했으나 4월 이후 주택관련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어 금융 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에 따라 향후 높은 금리수준이 지속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가계 및 기업 부채 연체율의 상승과 맞물려 취약 차주와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가계 부채에 더해 자영업자와 기업 부채의 부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가계 대출은 연체율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가계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연체율 상승의 원인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신규대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기존 대출의 연체 잔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 계층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 가계대출의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
다음으로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났다. 2023년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50.9% 늘어난 규모다. 부채의 질도 나빠져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같은 기간 32.1%에서 39.4%로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고금리, 경기 둔화 등 경제여건 악화로 연체율이 상승하기 시작해 자영업자 부문의 잠재부실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대출은 2023년 1분기 말 현재 1774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은 수출 부진에 따른 업황 저조, 대출금리 부담, 부동산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을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업대출의 연체율은 2023년 1분기 말 현재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2022년 3분기 말 대비 0.12%p 상승하였으며,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3.63%로 동기간 1.83%p 상승했다.
한은 보고서를 요약해 보면 가계, 자영업자, 기업 대출 모두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한 현재의 금리수준이 지속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취약 차주와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되어 금융 불안의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에 한은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과 함께 가계와 기업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재조정과 필요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기 진작과 인플레이션 억제 사이에서 주도적인 금융·통화 정책을 펼칠 수 없는 한은의 대안 제시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재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를 진작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으로 경기 진작의 물꼬를 터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일단 막는 것이 급선무다. 아직까지 긴축 재정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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