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한은, 기준금리 동결 유지해야

한·미 금리역전 폭 크지만 우려할 수준아냐
물가 불안 요인 가실 때까지 관망세 필요  
빅터뉴스 2023-07-10 13:33:53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는 오늘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동결할지 아니면 조정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시중의 예상은 한국은행이 현 수준인 3.50%를 유지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2월과 4월, 5월에 이어 4회 연속 기준 금리를 동결하게 되는 것이다. 하반기 경기 회복의 기대가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급등의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어 섣불리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된다면 결정적인 요인은 유의미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물가 상승률 둔화가 될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월 상승률 3.3%보다 0.6%p 낮은 수치며,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 물가 상승률 기록이다. 물론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워낙 높아 기저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올해 물가 상승률이 1월 5.2%에 이어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물가 상승률이 둔화가 안정세에 접어 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4%대에 머무는 등 전체 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석유류 물가 하락이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에 -1.47%p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어 근원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준금리 연속적인 동결의 의미는 한국은행이 물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경기 불안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안정과 경기 진작 사이에서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해 나가갔다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는 동안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벌어지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동결하고, 미 연준이 25~2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 인상을 한다면 금리 차이가 최대치인 2.00%p까지 벌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가고, 이에 따른 원화 가치의 하락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과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만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금리 연전이 세 차례 정도 있었지만 급격한 외화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고 환율 또한 달러당 1300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에도 금리 인상을 한다면 한국은행의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그 때의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면 될 일이다.

지금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될 하반기 상저하고(上底下高)에 대한 믿음도 크게 없는 상태다. 따라서 미국과 금리 격차가 다소 우려가 되지만 당분간은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