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국과 중국은 화해할 수 있을까

블링컨·예런 잇단 中 방문…양국 관계 안정화 논의 
환구시보 “폭풍우 시기 있었지만 무지개 볼 수도 있다”
美中 경제상호의존성 높아 갈등 빨리 해결해야 피해 최소
빅터뉴스 2023-07-25 14:03:15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미중 관계가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잇단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양국 관계의 안정화를 논의했다. 이달 초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무역협상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 했다. 또한 존 캐리 기후특사도 조만간 방중이 예정되어 있어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를 두고 양국 간에 전방위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이었다. 평소 중국에 우호적인 성향으로 인해 수년간 악화된 미·중 관계를 호전 시킬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옐런의 중국 방문 이후 언론에서 발표 되는 내용은 대부분 ‘초라한 성과’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고율 관세, 첨단 반도체 규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 현재 갈등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난 것은 사실이지만 훗날을 위한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충분한 성과로 볼 수 있다. 그가 중국 방문을 마치면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재앙”이라면서, 중국과 더 이상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힌 부분은 향후 미·중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옐런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양국의 마찰은 미국이 중국 이외의 대안을 찾는 이른바 ‘다양화’의 추구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 말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표현이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옐런과 대화 이후 중국의 입장이 표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제재와 억압 조치의 부당성을 피력하면서 ▲고율 관세 부과 취소 ▲중국 기업 탄압 중지 ▲대중국 수출 통제 완화 등 중국 측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옐런과 회담 직후 “폭풍우의 시기도 있었지만 무지개를 볼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높아 갈등이 지속될수록 양국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먼저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 공산품은 대체가 불가하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 인도 등으로 이전하도록 지원했지만 성공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미·중 무역 규모는 6944억 달러로 전년 대비 5.8% 늘어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교역액 중에서 미국의 수입액이 78.1%에 달해 중국산 공산품 의존도를 전혀 낮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의도는 자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제재를 중국이 받아들인다면 중국과 충분히 상호이익을 거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미·중 패권전쟁 및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패권에 중국이 도전하지 않는다면 무역 전쟁은 종식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도 미국과 갈등을 이어가기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버텨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3%로 시장 전망치(7.1%)에 미치지 못하고, 각종 경제 지표들도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리오프닝 효과는 사실상 소멸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필수적인데 미국의 제재가 지속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도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과거 전략을 수정해 어느 정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미국과 갈등을 빨리 종식 시키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원활하게 추진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 등 미국의 거물급 기업인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디커플링 반대 발언을 내놓으면서 민간 차원에서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인 차원에서라도 먼저 화해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공동 노력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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