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정당 현수막 제한” vs 정부 “상위법에 위배”

연이은 지자체 규제강화 조례 추진 논란 
행안부 “법서 위임이 안된 내용…불가”
17개 시·도지사협 법 조항 폐지를 촉구 
화근 만든 국회는 사태 확산에도 뒷짐만

 
박재일 기자 2023-07-30 09:32:06
광주시가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행안부와 대립하고 있다.

광주시가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 제한 규정이 없는 현행 옥외광고물법 일부 조항을 무력화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이를 제지하는 행정안전부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입장을 같이하는 다른 시·도가 사실상 광주시를 거들고 나서면서 중앙과 지방정부간 확전으로 불꽃이 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애초에 화근을 만든 국회는 내년 총선을 의식해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어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정책과 정치 현안을 다루는 정당 현수막은 별도 신고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걸 수 있다.정당명과 연락처,설치업체 연락처,등을 표시하고 현수막을 게시하는 기간(15일)을 표기하기만 하면 된다.
이 법은 지난해 12월 개정됐다.

원래 정당 현수막도 일반 현수막과 똑같이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규제를 받아왔지만 국회는 자유로운 정당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법을 바꿨다.
이후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이 게시되면서 시민들의 불만과 민원이 잇따르자 광주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광주시는 정당 현수막 관련 조례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달 29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입법예고를 했다. 개정안은 옥외광고물법에서 금지한 광고물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신고없이 설치가 가능하게 한 현행 법적기준을 다듬어 규제조항을 강화했다.

개정안은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30m 이내 현수막 ▲신호기·도로표지·가로등·가로수 등에 연결해 설치된 현수막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 설치된 현수막 ▲도로변에 2m 높이 이하로 설치된 현수막을 정비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정당 현수막은 동별로 4개 이하만 설치하고 게시 기간이 지난 현수막은 즉시 자체 정비하도록 했다. 5·18민주화운동 폄훼 문구나 개인에 대한 인격 비방성 문구도 금지토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강제철거나 과태료 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가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 광주시에 공문을 보내 ‘조례가 상위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까지 담아 위배된다’며 조례 개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규정만 준수하면 별도 허가 없이 게시할 수 있는 상위법을 하위법이 조례에 과태료 규정까지 담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입법예고를 마친 광주시는 정면 충돌은 애써 피하면서 조례 개정을 현실화하는데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28일부터 9월6일까지 열리는 제319회 임시회에 조례안을 상정시켜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난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수막 홍수부터 차단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지난 5월 국회의원 선거구별 정당 현수막 4개 이하 제한,혐오·비방 내용 금지를 골자로 한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인천시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안부는 인천시의 해당 조례안이 상위법 위임이 없는 위법한 조례라며 지난달 대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지만 인천시는 법을 무시하고 조례에 따라 현수막 철거를 실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시와 인천시의 조례개정에 동조하는 지자체가 한꺼번에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17개 시·도지사가 모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지난 27일 공동 결의문을 통해 아무런 규제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조항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까닭이다.

시·도지사협은 ‘옥외광고물법의 정당현수막 특혜 조항이 대한민국헌법과 공직선거법에 위배된 사실을 정부가 인식하고 해당조항을 신속히 폐지할 것과 해당 법 조항이 폐지되기 전까지 행안부가 시행령을 통해 정당 현수막을 엄격하게 규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자체와 행안부간 이 같은 갈등을 막으려면 상위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수막을 규제 없이 내걸 수 있도록 법을 고쳤던 국회는 관련 법을 7개나 발의해 놓은 채 한 번의 논의조차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당들이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는 법안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법으로 허용된 현수막 설치를 조례로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광주에서는 현수막 개수를 동별 3개로 제한하고 현수막 설치 간격을 100m이상 되도록 해 거리의 현수막 공해를 방지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근본적이 아닌 땜질식 처방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박재일 기자 bigisone@big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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