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위기의 K-석유화학,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야
2024-12-02
올해 초 중국이 경제 활동을 재개(리오프닝)하면서 재도약의 기대를 키웠지만 만족스러운 회복세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분기 경제 성장률은 시장 전망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각종 경제 지표들도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청년실업률 또한 사상 최고 수준을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경제 성장률은 2분기에 6.3%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7.1%)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2분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상하이 봉쇄로 GDP 성장률이 0.4%에 그친 점을 감안한 기저 효과도 없는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1분기 4.5% 성장과 합산한 상반기 전체 GDP 성장률은 5.5%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기대치에 미미치 못하는 수치다.
다음으로 청년 실업률(16∼24세)이 석 달 연속 20%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로 전월(5월) 20.8%에 넘어서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전체 실업률이 지난 3월 이후 5% 초반 대에 머물고 있는데 비해 청년 실업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베이징대학교 장단단 교수는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취업할 의지가 없는 탕핑(躺平)족 청년을 포함하면 실제 청년 실업률은 46.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 중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내수와 수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한 내수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6월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 3.2%에 소폭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편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중국 해관 총서에 따르면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월 대비 7.5%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는 +0.5%에 미치지 못한다.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각종 경제 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24일 개최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공개됐는데, 핵심 키워드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내수 확대를 제시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 일변도 정책을 포기하고 시장 활성화로 선회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는 것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 진작을 위해 부동산 활성화 외에는 별다른 카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내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중국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되자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 부양책 발표 직후 중국 본토와 홍콩의 주가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으며, 국제 유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경제는 성장을 견인해왔던 부동산 부문의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첨단 산업을 중심의 산업 구조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리오프닝 이후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도 첨단 산업으로 경제·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성장이 아쉬워 부동산 관련 규제를 줄줄이 풀어 나가는 것은 현 정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수단을 꺼내든 것에 불과하다. 또한 이것은 시진핑 주석이 3기 체제를 준비하면서 명분으로 제시한 ‘공동 번영(共同繁榮)'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첨단 산업 육성‘이라는 미래 비전과 ’부동산 활성화‘라는 과거 회귀형 성장 전략이 혼재하면서 중국 경제는 당분간 방향성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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