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트럼프 25% 관세가 우리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2025-03-31
피치의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면서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신용등급을 강등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발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강등 발표 직후 “자의적이며 낡은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그 다음날 “결함이 있고 완전히 부당하며, 피치의 결정이 강한 미국 경제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이틀 연속 비판을 이어 나갔다.
피치의 결정에 대해 주류 경제학계에서도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평소 미국 정부에 쓴 소리로 유명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도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이상하고 부적절(bizarre and inept)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부채 상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비웃음을 사는 결정”이라며 “피치가 자체적으로 명시한 기준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한 뒷이야기가 나오겠지만, 그것은 미국의 지급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피치의 잘못된 결정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라며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가장 큰 경제 뉴스는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미국의 놀라운 성공”이라며 미국의 현 경제 상황을 신뢰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도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는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제시한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합리적이라 평가하면서도, 그렇다고 피치의 결정 때문에 미 국채 매입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는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미 국채를 꾸준하게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치의 강등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처음이 아닌데다 지금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견고해 2011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다음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1~2%대 하락했지만 2011년 당시 S&P 지수가 6% 이상 떨어진 것에 비하면 충격이 덜하다. 미국 국채 시장과 외환시장도 이전과 비교해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장이 피치의 결정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피치의 이번 강등 결정이 미국 정부를 비롯한 다수의 경제계와 시장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조치로 몰아가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미국 경제가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 다소 이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피치가 신용등급의 강등 배경으로 제시한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과 재정적자 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계속되는 갈등’ 요소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번에 피치가 신용등급을 강등 결정한 조치가 시기적으로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서 이것을 아예 잘못된 판단으로 몰아가는 시장의 분위기는 부당해 보인다. 문제는 피치에 있지 않고 미래의 미국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치·경제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