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중국 당국이 올해 초 단행한 리오프닝의 효과가 미미하자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4.4% 낮아졌다. 중국의 CPI와 PPI가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28개월 만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디플레이션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이 같은 통계가 나온 직후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고 있다. 기사에서 모건스탠리의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로빈 싱은 “중국은 확실히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는 “부채 디플레이션의 함정을 끊기 위해 모든 정부 지출을 가속화하고 정부 부채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같이 시장과 전문가의 시각은 중국의 디플레이션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에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의 기간 전망에 관심 집중될 수밖에 없다.
먼저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중국 제품의 가격 하락을 의미하므로 이를 수입하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세계 최대의 소비국인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석유를 비롯한 각종 광물과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소고기와 브라질산 대두, 유럽산 명품 등 다양한 소비재의 수요가 감소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의 경기 후퇴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좋든 싫든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해 일시적이라며 안심을 시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앞으로 10년은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 전망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현재 진행되는 디플레이션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장기 침체를 소환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가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에 빠지자 ‘제2의 일본(Japanification)’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일본 니케이신문은 현재의 중국 상황이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던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회복이 미미하고, 인구 감소와 과잉 저축이 수요 감소와 저금리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1990년대 일본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이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노동력 부족과 소비시장의 위축을 초래해 일본의 ‘잃어버린 40년’과 같은 장기 침체(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반면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경제 구조가 일본보다 더 유연하고 다양하며, 성장 잠재력이 더 높다는 점에서 일본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정책에서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1990년대 당시 일본 정부는 장기 침체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 반면 현재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체제 유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수요 촉진책은 물론이고 부동산과 같은 취약한 부문을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일본의 장기 침체 초기와 비슷한 모습을 띠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구조가 상이하고 정부의 정책 대응의 차이로 인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 탈동조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약 40%를 중국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과거 일본의 사례와는 달리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부동산 지원 대책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에 머물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내 소비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금융 시스템 안정화와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해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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