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큰 변화가 없는 잭슨홀 미팅

파월 의장 추가 금리 인상 시사했지만 시장 동요 없어
미 경제 연착륙 가능성 염두…정책 방향 변화 없을 듯
빅터뉴스 2023-08-28 12:29:07
향후 미국의 금융·통화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잭슨홀 미팅이 지난 25일 열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에서 내려간 것은 환영할 만한 발전이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필요시 금리를 더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지난해 연설에 이어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파월 의장은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이 지연될수록 인플레가 고착화되기 때문에 인플레를 통제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상을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가계와 기업도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쏟아 냈다. 이 발언의 여파로 S&P 500 지수가 두 달간 약 20% 가량 하락하는 등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에 따라 올해도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기조는 지난해와 비슷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시장은 다소 안도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개장된 뉴욕 증시의 3대 주가지수도 일제히 오르는 등 지난해 폭락 사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0.73% 올랐고, S&P 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0.67%, 0.97% 상승한 가운데 장을 마감했다.

사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작년과 비슷하게 진행되었지만 미국의 경제 상황은 많이 다르다. 지난해 잭슨홀 미팅 시점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9%대를 찍고 있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 이외의 대안을 생각하기 힘들었다. 반면 올해는 파월 의장이 언급한대로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에서 내려오고 있어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점이 다르다. 파월 의장이 이번에 말한 “과소 긴축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야기하고, 과잉 긴축은 경제에 불필요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밸런스 찾기 어렵다”는 표현이 미 연준의 현 입장을 잘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미 연준의 의견을 확실하게 밝힌 것이다. 근원 물가를 포함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해 “앞으로 추가 통화긴축 여부 등의 결정을 신중히 하거나 금리를 유지하면서 데이터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염두에 두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우려했던 중립금리 수준의 상향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릴 수 있도록 전념할 것”이라 강조하며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확인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올려 잡는다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는 도움은 되겠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해 인플레이션 관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현 수준의 중립금리를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2.5%의 중립금리를 그대로 두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향후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파월 의장의 원론적인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올해 잭슨홀 미팅은 지난해와 달리 큰 변화 없이 기존 정책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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