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이도 저도 아닌 2024년 정부 예산안

2.8% 예상 증액 물가상승률 감안하면 실제 감축 예산
교육·R&D 삭감하고 노인일자리 예산 증액 총선용
재정 건전성, 경기 진작 두 마리 토끼 다 놓칠 수도  
빅터뉴스 2023-09-04 15:30:04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동해 의결되었다. 예산안은 총 656조9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증가율 5.2%의 절반 수준에 그쳐 물가상승률 전망치(약 3.5%)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감축 예산에 해당한다. 내년도 총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지출을 최소화는 차원에서 예산 증가율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추경호 부총리도 2024년 예산안 발표에 즈음하여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 예산 증가율을 2.8%로 억제했다”면서 “재정 건전성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고심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폭이지만 총지출 증가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해 재정 건성성과 경기 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대규모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가 여의치 않고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예산을 늘리지도 못하고 줄이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예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번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첫째,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소폭의 예산 증가로 경기 진작을 언급한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재정 건전성 위주로 예산을 편성한다면 최소한 동결로 가는 것이 맞다. 그동안 방만하게 운용되어 왔던 재정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 진작을 염두에 둔다면 재정 건전성을 다소 해치더라도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2.8%에 불과한 예산 증액은 재정 건전성과 경기 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둘째,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감축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용으로 여겨지는 일부 예산 증액으로 인해 예산안의 세부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예산 증가율 2.8%보다 높게 책정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4.6%)과 노인일자리 예산(31.5%)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작 미래를 준비하는데 꼭 필요한 R&D 예산이 전년 대비 5조2000억원(-16.6%) 줄었고, 교육 분야 예산도 6조6000억원(-6.9%) 감소했다. 가뜩이나 한정된 예산에서 아껴야 할 곳과 아끼지 말아야 할 곳이 뒤바뀐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와 같은 예산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현 정부의 ‘전 정부 탓’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전 정부의 증세 방향에 대비한 감세 정책을, 방만한 재정 운용을 비판하면서 축소 재정을 시행하면서 나온 결과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기대한 ‘상저하고(上底下高)’로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난다면 그나마 균형 잡힌 예산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에서도 기존의 정책 방향을 밀어 붙이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예산안이 나온 것으로 이도 저도 아닌 예산안이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약자 복지 강화 ▲미래 준비 투자 ▲경제 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본질 기능 뒷받침 등 4대 중점 분야를 지정해 투자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 한다면서 교육과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리고 2.8% 예산 증가율로 위축된 경기를 되살린다는 것은 무리다. 지금은 ‘재정 건전성’과 ‘경기 진작’의 가운데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과감한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전 정부의 ‘방만한 재정’ 비판하느라 빠진 자기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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