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위기의 K-석유화학,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야
2024-12-02
KDI가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KDI가 지난 7일 발간한 ‘9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중국 경기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둔화되고 서비스 생산도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전 보고서에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힌 지 불과 한 달 만에 바뀐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KDI 경제동향 보고서는 최근 들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KDI 경제 동향의 추이를 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경기 둔화 가능성을 내비친 후, 1월에는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월과 3월에는 각각 ‘경기 둔화 지속’과 ‘경기 부진 지속’이라는 표현으로 우리 경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5월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는 내수 부진이 완화되면서 하강세 진정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6월에는 경기가 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7월과 8월에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다. 7월에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으며, 8월에도 “서비스업 생산이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전망했다.
그런데 5월에서 8월 사이 KDI가 ‘경기 저점’을 이야기할 때에도 우리 경제가 1월과 2월의 부정적인 전망에 비해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줄어든다는 반도체 수출 감소폭이 실제로는 소폭 축소에 그치고 있어 추세적 반전으로 보기 힘들었다. 물가상승률 또한 하향 안정화를 보이고 있지만 석유 가격의 하락 등 수입 물가의 하락과 기저 효과에 따른 것으로 근원물가는 여전히 4.0%대 머물고 있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DI가 5월 이후 ‘경기 저점’을 계속해서 언급한 배경에는 정부가 확고하게 믿고 있는 하반기 경기회복, 즉 ‘상저하고(上底下高)’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읽혀진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리오프닝 효과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KDI도 더 이상 정부의 전망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 한 달 만에 전망을 바꾼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정부가 예상한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수출 부진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L’자형 장기 침체를 걱정해야할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언급할 만큼 하반기 경기 회복에 기대는 멀어져가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가 나아질만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 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이탈 움직임과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 우려로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요소 수출 금지와 같은 조치로 볼 때, 앞으로 중국 요인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때 정부가 연 초에 수립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에 기댄 경기 회복 가능성을 아직까지 고수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현실성 없는 ‘상고하저’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대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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