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위기의 K-석유화학,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야
2024-12-02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에서 가업 승계나 제 3자 매각이 어려워 폐업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중한 상속세가 부담이 되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외국 등지에서 공부한 자녀들이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한 전통산업을 외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 M&A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 폐업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M&A 거래정보망에 매도를 희망하며 등록된 중소·벤처기업은 8월 말 기준 1600개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약 200곳이 늘어났지만, 대기업 M&A와는 달리 중소기업이면서 전통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은 인기가 없어 매물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위 거래망에 올라온 기업들 중에서 거래가 성사된 사례는 전체의 약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퇴의 기로에 서있는 중소기업체 사장들의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사실 자녀들이 경영 승계를 포기하고 청년 취업자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에게 영속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사양 산업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지원하거나 M&A를 성사시킬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매물로 나온 중소기업들이 당장 경제성을 갖추고 있거나 미래 가치를 위한 성장성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매수자가 나서고 거래가 성립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공공 부문도 중소기업 M&A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다. 지난 6월 국회 양금희 의원실이 기술보증기금, 한국M&A협회 등과 합동으로 중소기업 M&A 활성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여기서는 사장될 우려가 있는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보전하기 위해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 M&A를 민관 협업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특히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경우 법률 개정을 해서라도 혁신승계 M&A를 활성화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는 혁신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전통 산업 내지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계 기업의 M&A 추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경우 매칭을 위한 정보 제공 등의 지원만 이루어져도 민간 부문에서 충분히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계 기업의 경우 정부가 자금 지원과 같은 정책을 내놓아도 인수 후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가 높지 않아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가업 승계도 안 되고 M&A 마저 어려워 폐업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청년 창업자가 인수해 경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은퇴의 기로에 서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자녀 대신 청년 창업자들과 공동 경영하고 나아가 기업을 물려주는 개념이다. 부담이 되는 인수 자금은 정부가 중재해 계약금을 지원하고, 나머지 잔금은 청년 창업자가 인수한 기업을 경영해 장기적으로 갚아나가면 된다.
한계 중소기업과 청년 창업자를 매칭하는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면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전통 산업 부문의 기술과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통 산업에 젊은 피를 수혈해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고, 청년들에게는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 및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지금은 폐업을 고려하는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이지만 한때는 우리 경제의 뿌리 산업을 담당하는 혁신적인 기업이었다. 청년 창업자 양성을 통해 오래된 중소기업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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