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경계해야 할 저성장의 늪

수출·내수 부진, 고금리로 민간 소비 회복도 쉽지 않아 
대규모 R&D투자 등 경제 정책 패러다임 변화 고민해야
빅터뉴스 2023-10-03 11:10:35
OECD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OECD Economic Outlook, Interim Report September 2023)’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6월과 마찬가지로 1.5%로 예측했다. 이에 관련해 OECD는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우세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3.0%와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 계속해서 하향 조정된 성장률 전망이 6월 이후 더 떨어지지 않고 1.5%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런데 이번 OECD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일본의 성장률 전망이 우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지난 6월에 비해 0.5%p 상승한 1.8%로 예측했다. 성장률 예측이 1.5%인 우리보다 0.3%p 높은 수치다. 30년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로 인식되어온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게 나온다면 우리 경제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OECD가 올해 들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을 계속해서 하향 조정한 이유는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기 때문이다. 수출은 8월 말 기준 11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39억2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내수 또한 상황이 만만치 않다. 7월 민간 소비는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민간 소비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겠지만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 밝히고 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 지적해 민간 소비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다.

내년에도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1%로 올해보다 나아지겠지만, 외부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하방 리스크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OECD가 언급한 위험 요인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금리 인상 ▲에너지 공급 차질 가능성 ▲급격한 중국의 경기둔화 등이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고 중국과 교역 비중이 2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 요인들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당할 처지에 놓여있고, 앞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란 일본이 1990년대 초부터 30년 동안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대내외 환경은 장기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원호 박사
먼저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과 관련해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갈등의 격화로 전 세계 교역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세계화를 기반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글로벌 교역이 이제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 수출 기반의 성장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기준 금리가 5%대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글로벌 고금리 현상으로 소비 둔화, 기업의 투자 감소, 신흥 시장의 부진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다. 시진핑 주석이 반시장적인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한 중국의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따라 과거 중국을 기반으로 했던 우리 수출 시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성장의 핵심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있다. 수출은 글로벌 교역 환경의 변화와 불안한 중국 시장이고, 내수는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고 있는 수출 활성화 정책 등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OECD는 저성장 상황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 대해 “고령화, 기후 변화, 디지털화 대응 등을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권고하고 있다. 대규모 R&D 투자를 포함해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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