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3고(高) 현상으로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 가능성을 보이는 가운데 추경호 경제 부총리가 낙관적인 견해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3일 모로코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총회 참석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IMF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년도 성장 전망치는 2%대 초반인데, 웬만한 경제 규모의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밝히면서 경기침체 내지는 저성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일본 성장률과 관련해서 추 부총리는 올해는 일본에 역전을 당했지만, 내년에 우리나라 성장률은 2,2%로 예상돼 1.0%로 떨어질 일본을 다시 추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올해 성장률 1.4%가 내년 2.2%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가 우상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물가도 “선진국이 5~6%인데 우리나라는 2~3% 수준으로 중동문제 등 아직 불확실성이 있지만 회복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추 부총리는 국정감사 기간 중에서도 비슷한 자세를 유지했다.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저성장·고물가 대책이 미흡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물가와 경제 성장률은 선진국 대비 선방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올해 초 정부가 제시한 ‘상저하고(上低下高)’ 예측이 빗나갔다는 지적에 대해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추 부총리의 낙관론은 수치를 근거로 하고 있어 일견 그럴듯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의 발언으로는 다소 무책임하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점을 짚지 않고 외부 요인과 표면적인 비교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면만 보겠다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현 상황의 본질은 경기침체의 장기화 조짐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그동안 선진국들에 비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올해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진 것이 문제이지, 내년에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목표 성장률 5%를 훨씬 밑도는 최악의 성적표(3%대 가정)를 받았지만, 2%대의 한국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괜찮다고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추 부총리의 논리는 이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
또한 올해 1.4% 예상 성장률에 비해 내년에 2.2%로 올라간다고 하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경기가 우상향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IMF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네 차례나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전망도 지난 7월 2.4%에서 11월에서 2.2%로 낮춘 점을 고려할 때 추세적 하락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경기침체의 장기화 혹은 저성장의 고착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추 부총리의 낙관적인 의견 개진은 3高(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와 쌍둥이 부진(내수, 수출)에 시달리는 기업, 자영업자, 서민에게 전혀 위안이 되지 못한다. 현실을 외면한 지나친 낙관론은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초래하고 기업의 향후 전략 수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편 같은 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2%대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조정, 경쟁 촉진, 여성·해외 노동자 활용 등의 구조 개혁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것이 더 책임감 있고 구체적인 정부의 대안 제시로 여겨진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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