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한국 경제 정점 지났나

GDP 성장률 하락세로 ‘피크 코리아’ 상황
인구 감소 대응에 적절한 대책 수립 시급
고부가가치⋅첨단 산업 위주 구조 개혁해야 
빅터뉴스 2023-11-27 14:15:02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 올해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4%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에는 다소 호전되어 2.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성장률 예측을 수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4년 3.4%에 달했던 잠재성장률도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OECD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상 제로 성장에 가까운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인 일본마저도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지인 ‘Money1’은 지난 13일 ‘韓国は終わった(한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GDP 성장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경제가 급속하게 약해질 것이라 전망한다. 또한 기사는 한국에서는 중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다는 의미로 ‘피크 차이나’를 언급하지만, 사실 한국도 ‘피크 코리아(Peak Korea)’ 상황이라며 중국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고 꼬집는다. 

한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접어든다는 근거에 대해 먼저 GDP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을 들고 있다.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매 10년간 GDP 성장률 평균치를 보면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GDP 평균 성장률은 8.88%에 달했으나,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는 각각 7.30%, 4.92%, 3.33%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2020년대 예측은 1.9%에 불과해 향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계속해서 내려가는 잠재성장률이다. OECD가 예측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9%에서 내년에는 1.7%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이 1%대라는 것은 앞으로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이 없다면 1%대의 경제성장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는 것이다. 

GDP 성장률이 1980년대 이후 꾸준하게 하락하고 향후 잠재성장률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일본 언론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하락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GDP 성장률이 2020년대 2%, 2040년대 0.8%로 떨어진 뒤 2060년대과 2070년대에는 각각 –0.1%, -0.2%를 기록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12위인 GDP 규모도 2050년에는 나이지리아에도 밀린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내놓았다. 

한국 경제가 암울한 진단을 받게 된 원인은 2021년 기준 시간당 생산성이 OECD 국가 중에서 28위에 불과한 낮은 노동 생산성과 함께 도무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않는 인구감소 추세에 있다. 낮은 노동 생산성에 그나마 투입할 인구마저 줄어들고 있어 향후 저성장 기조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피크 코리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수준의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원호 박사
먼저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적절한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양성평등을 통한 남녀 간 격차를 최소화해 여성 고용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다음은 노동 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과 첨단 산업 위주로 하는 경제⋅산업 구조 개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 및 바이오산업 위주로 산업 구조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 

한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이른바 ‘피크 코리아’의 실체는 그동안 경제성장에 기여한 사회⋅경제 시스템이 대내외 환경 변화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효율적이지 않은 시스템을 개선하고 산업과 기업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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