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한은, 선제적 금리 인하로 경기 활성화 나서나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감…연준 금리 인하 신호
한·미 기준금리 격차 최대 2%p…한은 고민 깊어
빅터뉴스 2023-12-22 14:57:18
美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신호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를 고려할 시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5.25~5.5% 수준을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함께 공개한 점도표는 내년 금리 중간값을 9월 4.6%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폭을 0.25%라 가정하면 내년에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겠다는 의미다.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주식과 채권 시장은 반등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다우지수는 37000포인트를 넘어섰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도 4.297%로 지난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게 된 배경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다.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전월 3.2%와 비교해 상승률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신규 취업자수도 19만9000명으로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지만, 지난해 26만8000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소비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약화되지 않아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거나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꾸는 순간(피봇) 대지진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1970년대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즈가 실업률이 올라가면 금리를 인하했다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다시 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사례를 들면서 경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은 견고하다. 지난 몇 년 동안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여파로 시장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따라서 래리 서머스가 지적한 ‘완전한 통제’ 수준이 아니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완화 조짐을 보이고, 급격한 소비 위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장의 숨통을 터주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를 연준이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준의 피봇 움직임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안정과 국내 물가 수준을 생각하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2%p나 된다는 점도 한국은행이 연준의 피봇 움직임에 쉽사리 동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은 이상형 부총재보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문제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더딘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정책 변화에 한은이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 등이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어 높은 수준의 금리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주체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방안이 현시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015~2016년 중 미국 금리 인상기에 한국이 인하한 적도 있다”면서 미국보다 빠른 통화정책 결정을 주장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적절하게 통제하는 선에서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기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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