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지난해 우리 경제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특히 GDP 성장률은 무려 다섯 차례나 하향 조정되면서 결국에는 1.4% 성장에 그쳤다. 경기의 장기 침체 가능성마저 대두되었다. 올해는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4년 GDP 성장률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내수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외 다른 연구기관들도 KDI와 비슷한 2% 내외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4% 성장보다는 높겠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2% 초반대 성장률은 큰 의미가 없는 수치로 보인다.
KDI가 2.2% 성장률을 기반으로 분석한 우리 경제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경상수지는 수출 회복세와 내수 증가세 둔화로 인해 흑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으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6%보다 낮은 2.6%를 기록해 목표 물가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실업률은 내수 증가세 둔화로 인해 지난해 2.7%보다는 다소 높은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2024년 경제 전망을 ‘완만한 회복세’로 표현하고 있지만 체감하는 경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가장 심각한 내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KDI의 경제 전망 보고서도 내수 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도 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는 등 내수 부진이 경기 반등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내수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한 지난해부터 제기된 장기 침체 가능성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KDI나 한국은행 등 국책기관들이 2% 초반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 머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이 지속되어 경기침체의 터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LG경영연구원이 발표한 ‘경영인을 위한 2024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물가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늘어난 재고 부담으로 기업 설비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 밝히고 있다.
2024년 경제 전망의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률이 소폭 상승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민간 소비, 투자 등 내수 기반의 세부 지표는 오히려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또한 올해 물가상승률이 2.6%로 예상되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지겠지만, 경제성장률 2.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고물가-저성장’의 굴레를 올해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당면한 대부분 문제가 내수 부진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 대책을 수립해 경제성장률을 높여가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정부가 민생에 바짝 다가서겠다면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신년사의 전반적인 기조는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경제’를 19번, ‘민생’을 9번이나 언급했지만 정치 논리에 함몰되는 느낌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민생경제를 생각한다면 내수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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