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재시동 건 현대차 수소 생태계 프로젝트

넥쏘 후속 모델 출시 등 미래 먹거리로 수소 낙점
생산·저장 등 전 과정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 기대
빅터뉴스 2024-01-29 15:06:26
현대차그룹이 지난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끝난 ‘CES2024’에서 수소 미래 비전을 발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시회 중 수소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한편 그룹 차원에서 수소 밸류체인 사업을 확장해 수소 사회로 전환을 앞당겨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1만3000톤에 불과한 수소 사용량을 2035년에는 300만톤까지 끌어올리는 등의 수소 사업을 통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소 사회로 전환하는 국가로 만들어 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프로젝트는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과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과정을 설계하는 ‘HTWO 그리드(Grid) 솔루션’ 제공으로 요약된다. 청정에너지인 수소의 생산과 저장은 물론이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도 CES2024 기간 중 가진 인터뷰에서 “수소는 저희 대가 아니고 후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해 수소 사업이 현대차그룹의 미래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프로젝트는 낯설지 않다. 정몽구 회장 시절인 1998년부터 이미 수소차와 관련한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ix35’를 출시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2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출시했다. 넥쏘는 출시 후 지금까지 전 세계 수소차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등 글로벌 자동차제조업체 중에서는 수소와 관련한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한 편에 속한다.

2010년대 초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미래의 친환경자동차 개발을 위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제조업체가 전기차에 관심을 가질 때 현대차그룹은 수소차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선택했다.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개발이 어렵고 비용이 높은 단점은 있지만, 청정·무한 에너지를 사용해 주행거리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소차가 모빌리티 서비스로 나아가는 미래형 자동차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원호 박사


물론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프로젝트가 평탄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전기차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수소차의 인기는 시들해져 갔다. 현대차그룹도 뒤늦게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수소차 관련 조직이 축소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한때 현대차그룹이 수소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는 인상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수소전기차 개발과 더불어 수소 투자 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업을 재가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올해 CES2024에서 그룹 전체로 수소 사업을 확장해 미래 세대와 국가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전환의 이유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미래의 에너지로 수소가 가장 유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수소차 개발을 뛰어넘어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를 선점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소프트웨어로 전환과 함께 수소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는 미래 세대까지 고려하는 차세대 먹거리 사업 발굴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전환의 시대에 변화를 모색하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