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전년 대비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 등 여러 기관이 이미 예상한 수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 –0.7%로 역성장한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기별 성장률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4분기 –0.3%에서 2023년 1분기 0.3%를 기록해 플러스로 돌아섰고, 2분기(0.6%)와 3분기(0.6%)에 이어 4분기에도 0.6%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치고 있다.
지출 항목별로는 건설투자(1.4%)와 설비투자(0.5%)가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민간 소비(4.1%→1.8%), 정부 소비(4.0%→1.3%), 수출(3.4%→2.8%), 수입(3.5%→3.0%)은 증가 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9%p를 기록해 전년(2.1%p)보다 떨어졌다. 이 와중에 정부의 성장기여도도 2022년 0.5%p에서 지난해 0.4%p로 떨어졌다. 민간 부문이 위축하는 와중에 정부마저 지출을 줄이면서 성장률이 더 떨어진 모습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은행은 고물가, 고금리와 함께 IT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전년(2.6%)보다 낮은 1.4%를 기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성장기여도에서 민간 부문의 내수가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민간 소비가 0.2% 증가했다고 하지만 해외여행이 크게 늘어 해외에서 지출 증가분을 고려하면 국내 소비는 사실상 감소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지난해 성장률이 1.4%에 그친 것은 민간 소비 위축과 정부 지출 축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성장률이 1.4%에 그친 것은 절대적인 수치 자체도 낮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9%(OECD)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인 수치도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특히 1% 후반에서 2%로 추정되는 일본의 성장률에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경제 성장률이 뒤처지는 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저성장 국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다는 점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일 성장률 역전 현상에 대해 일본의 니케이 신문은 한국 수출 산업의 부진을 꼽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중간재 수출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한 니케이는 중국 제조업의 향상으로 한국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1.4%의 저성장의 원인을 국내에서는 내수 부진에 무게를 두는 데 비해 일본은 수출 요인을 꼽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각각 2.2%, 2.1%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외 민간 경제연구소의 평균 전망도 2.1%로 보고 있다.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수정 발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OECD도 지난해 11월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3%로 올려 잡은 적이 있다.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은 이유는 반도체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등의 영향으로 수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글로벌 교역이 전반적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리스크가 여전하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어 글로벌 환경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내수 부진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늦어지는 미국의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내수 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리 인하가 당장 어려운 시점에서 민간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3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최초 2%대 초반으로 전망되었으나,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되어 결국 1.4%에 그쳤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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