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올해 들어 우리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4년 2월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524억1000만 달러, 수입은 13.1% 감소한 481억 달러로 42억9000만 달러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수출입 동향과 관련해 산업부는 ▲반도체 60% 이상 플러스 ▲대미국 수출 2월 기준 역대 1위로 호조세 지속 ▲대중국 무역수지 17개월 만에 흑자 전환 ▲9개월 연속 흑자기조 유지 등을 기반으로 올해 700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과 함께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고, 대중국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서 이러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경상수지도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경상수지가 30억500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해외여행의 증가로 서비스 수지 부문에서 26억6000만 달러 적자가 났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상품의 수출이 증가하는 등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흑자 흐름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호조 힘입어 올해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된다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충분히 기대가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국책연구소인 KDI는 다소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KDI는 ‘2024년 경제전망(수정)’ 보고서를 통해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내수 부진과 투자 감소가 수출 증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는 수출 회복세가 내수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내 경기가 저점 통과 또는 가까운 시일 내 저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해 수출 증가와 더불어 내수 회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고금리·고물가·고유가 3중고(高)의 경기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출 증가 요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문제는 수출 증가가 투자와 소비 증대 등 내수 회복으로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이어주느냐다. KDI의 앞선 보고서는 올해 우리 경제가 수출 여건은 개선되겠지만, 금리 상승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건설투자가 위축되고 민간 소비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3중고(高) 중에서 국제 유가는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향 조정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기존 전망치(2.6%)보다 소폭 낮은 2.5%로 전망되는 등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금리 인하에 대해 한국은행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보다 상당히 높고, 물가가 전망대로 내려갈지를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일각에서는 소비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조기 금리 인하로 내수 부진을 타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2%로 기존의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내수의 하향 조정과 수출 상향 조정의 결과다. 수출이 예상외의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 관리보다는 내수 진작을 우선하는 정책 전환으로 수출과 내수가 우리 경제를 쌍끌이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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