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정당은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중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한 환경 관련 이슈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지구 환경 보호와 더불어 향후 우리 경제·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각 당이 대체로 동의하는 가운데, RE100 이행과 탈원전을 둘러싼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기후 미래 택배’ 공약은 ‘무탄소 에너지 확대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기후 대응 기금’을 2027년까지 5조원으로 늘려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 기후산업 육성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적 확충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미래 준비와 함께 현재의 산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기후공약 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국가를 실현하겠다며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의 RE100 이행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탄소중립 산업법을 제정해 탄소 중립형 산업으로 전환을 공약하고 있다. 민주당은 더욱이 RE100이 국제 산업의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도 정부·여당이 추세를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당이 원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의 균형적 확충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무탄소 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가 있다. CFE는 에너지 생산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의미한다. 태양광, 풍력 등 기존의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발전, 수소, CCUS(탄소 포집·저장) 등 다양한 에너지 기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 정부는 현실적으로 RE100은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탄소 감축에 무게를 둔 CFE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리·기후적 특성상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100%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믹스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 사회에 ‘CF연합(Carbon Free Alliance)’을 제안했다. 이후 한 달 만에 국내에서 민간 협력 기구인 CF 연합이 출범했다. 현재 회원사는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20개 기업과 3개의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CF 연합이 RE100을 대체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느냐이다. CFE가 RE100보다 목표 범위가 넓어 기업의 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을 인정하여 기업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부나 NGO 중심의 CFE가 민간 주도의 자발적인 RE100을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목표 달성 기준과 방법이 명확하지 않고 국제적인 인정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탄소 에너지원에 원전을 포함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제 사회에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할지에 대한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원전이 무탄소 전원이기는 하지만,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문제 등 전반적인 처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EU나 미국 등으로 진출할 때 탄소국경세를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폐물관리법 등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해야 하고, 이후 부지 선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원전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의 열악한 재생에너지 생산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CFE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가 RE100 중심의 재생에너지 생산과 활용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려는 무리한 시도는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를 축소 시킬 우려가 있다. CFE는 RE100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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