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재정 확대로 3고(高) 고통 극복해야

고물가·환율·금리 장기화로 서민·소상공인 등 부담 가중
美고금리 기조 유지로 한국은행 통화정책 운신 폭 적어
윤석열 정부 출범후 유지해 온 긴축 재정 정책 전환해야
빅터뉴스 2024-04-22 17:56:08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 우리 경제를 괴롭히던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이른바 ‘3고(高) 현상’이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더 악화가 되고 있다. 미국의 물가 지표의 고공행진으로 금리인하 목소리가 쏙 들어간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로 인해 우리 경제가 다시금 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3고 추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1.4%에 그치고 무역수지 적자가 99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작년을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성장률은 2.3%(IMF 기준)로 전망되고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소비자 물가는 1월에 2.8%로 떨어진 후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지만,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IMF가 4월에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률은 3.2%로 직전 대비 상향 조정된 점도 우리 경제의 바닥 탈출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 변화는 퍼펙트스톰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먼저 안정화 추세를 보인다는 소비자 물가가 실상은 장바구니 물가를 중심으로 폭등하는 등 도무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의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3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11%를 넘어서는 등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가 상당히 큰 편이다.

다음은 미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와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 물가 지수(CPI) 상승률은 3.5%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CPI 쇼크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냈던 파월 의장도 3월 CPI 발표 직후 매파적(긴축정책)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유지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중동 정세의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대다. 국제 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반격을 가한 후 중동발(發) 오일 쇼크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고려하면 현재의 불안정한 물가 상황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수입액 증가를 가져와 경상수지 악화와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3고 현상이 호전되기는커녕 더 악화가 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2%대 경제성장률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2.2%, 2.1%를 전망했고, IMF는 가장 높은 2.3%를 제시했다. 특히 IMF는 지난 1월 2.3% 제시 후 ‘4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기존의 전망치를 유지해 목표 달성의 기대감을 키우는 듯했다. 하지만 중동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원호 박사


문제는 이러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대응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미연준이 매파적 기조로 돌아선 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당분간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정책이 어렵다면 재정 정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정부는 악화되는 3고 추세에 가장 취약한 서민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 온 긴축 재정 정책을 확대 재정으로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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