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절실

조선업도 중국에 추월당해 세계 1위 자리 내줘
미국, 중국, EU 첨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 지원  
초격차 기술 개발, 융·복합 통해 경쟁력 제고해야
빅터뉴스 2024-05-27 16:03:35
우리나라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해 세계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형 해양전략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은 88.9로 전년 대비 상승했으나, 중국(90.6)에는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WTO 체제의 공정 경쟁으로 조선업 지원이 제한적인 반면, 중국은 국영 조선사를 중심으로 하는 ‘해양 굴기’의 노력으로 경쟁력이 강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세부적으로는 R&D·설계·조달 부분은 중국 대비 우위에 있으나 격차가 좁혀졌고, 생산 부문은 중국에 역전됐으며, AM(After Market)·서비스·수요 부문은 큰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기술 수준이 높은 가스 운반선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컨테이너선의 경쟁력은 중국과 동등했다. 그리고 유조선과 벌크선은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우위가 확실한 일부를 제외한 경쟁력 전반이 모두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력 산업에 대한 중국의 추격 내지는 추월이 비단 조선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까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석유화학, 배터리, 철강, 태양광 등의 분야도 기술적 격차가 거의 사라지면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무너지고 있다. 배터리는 CATL 등 중국업체들이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이미 몇 년 전에 국내 업체를 추월했고, 태양광은 중국산이 세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철강도 비슷한 처지다.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면서 국내 업체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1위인 LG화학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으며, 2위 롯데케미칼은 2년 연속 적자다. 국내와 해외 공장 일부는 가동을 멈추거나 사업을 정리했다. 이에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TF’를 발족해 구조조정을 포함 세제·금융·규제 완화 등의 종합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중국 발 위기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를 제외한 우리 주력 산업 혹은 수출 효자 품목 대부분이 중국과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력 산업이 빠르게 잠식당한 근본적인 원인은 미·중 갈등에 따른 기존의 교역 질서가 재편에 따른 중국의 대응에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자국 산업에 불공정한 지원도 마다하지 않고 산업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어온 한·중 국제분업 관계가 흔들리면서 전 산업 분야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자국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EU, 일본 등 선진국들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지원하는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를 두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과 주력 산업 경쟁, 미국 등 선진국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산업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전략은 KIET가 제시한 조선 산업 지원 방안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KIET는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조선업 자체 지원보다는 ‘한국형 해양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핵심 강점인 조선 산업을 기반으로 해운·선박금융·국방을 포괄하는 시스템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조선업의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초격차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 현장의 디지털 전환도 제시하고 있다. 중국과 불리한 가격 경쟁력을 해양 산업 전반을 묶어 효율성을 키우고 초격차 기술 개발과 디지털화를 통한 차별화로 극복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원호 박사


마찬가지로 중국과 경쟁하는 다른 주력 산업들도 첨단 산업과 융·복합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차별화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WTO 공정 경쟁이 사실상 무너진 지금 우리 정부도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력 산업을 물론이고 미래 산업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기술과 산업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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