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韓美의 금리 인하는 언제?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EU 등 금리 인하 줄이어
선제적 금리인하 속 한국, 美보다 늦은 10월 예상
빅터뉴스 2024-06-10 13:38:58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고금리 체제를 유지하던 각국의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 중에서 스위스가 지난 3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가장 먼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p 인하했는데, 당시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2년간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률을 2% 이하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스웨덴이 지난달 8일 기준금리를 3.75%로 0.25%p 내렸다. 스웨덴이 금리를 내린 것은 2016년 2월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스위스와 스웨덴이 G7 국가의 위상은 아니지만,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dollar index)를 산출하는 데 기준이 되는 6개국 화폐(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에 속하기 때문에 각국의 통화 정책에 나름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G7 국가 중에서는 캐나다가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5일 4년 만에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포인트로 0.25%p 내렸다. 캐나다 물가 상승률이 2%대에 근접한 것이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 ECB도 기준금리를 0.25%p 낮췄다. 인플레이션의 개선 전망과 함께 독일 등 주요 회원국의 경기 둔화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인하가 뒤따르자 일각에서는 G7을 포함한 글로벌 금리 인하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오는 20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국가들의 금리 인하 소식이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이 언제 금리 인하를 결정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금리를 결정하는 지표들이 혼재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5%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자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후퇴했다. 그러나 미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이 1.3%에 그치고 고용과 소비지표 등도 둔화하자 금리 인하 분위기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5월 비농업 일자리 수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자 다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상황이다.

연준의 입장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금리 인하 신호를 강하게 보냈던 파월 의장은 각종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이자 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이 확실하게 보장이 되어야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을 멈추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걱정할 때”라면서, 조속한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시장의 전망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회 연속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관심은 인하시기보다는 횟수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에 공개된 점도표(dot plot)는 올해 3회 인하를 제시했다. 하지만 6월 FOMC에서는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의 전문가들도 1~2회 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따라서 2회를 가정한다면 빨라도 9월이 되어야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호 박사


한국은행도 셈법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한 캐나다나 EU와 달리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와 함께 수출 중심의 경기가 소폭 오름세로 돌아서 금리 인하 결정이 쉽지 않다. 또한 선제적 금리 인하의 경우 미국과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환율 방어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서두르지 않고 미국의 금리 인하 결정을 지켜본 후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미국 모두 시장은 금리 인하를 고대하고 있다. 더욱이 캐나다와 EU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시점에서 이 같은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지표들이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어 결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빨라도 9월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선제적 금리 인하론’에도 불구하고 10월까지는 참고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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