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22년만에 中에서 美로 최대 수출국 변화 

美·中 갈등으로 글로벌 교역 판도 변화
30년 이어온 한·중 국제분업 관계 와해
美수출증가 지속 가능토록 전략 세워야
빅터뉴스 2024-06-17 13:06:47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이 대중(對中) 수출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5월까지 대미 수출 규모는 533억 달러로 중국으로 수출한 527억 달러보다 약 6억 달러 많다. 월별 추이로 보면 2월에서 4월까지 대미 수출이 많았고, 1월과 5월에는 대중 수출이 많았다. 특히 대미 수출은 자동차·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 5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증감률 추이를 보면, 1~5월까지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반면 대중국 수출은 6.3% 증가에 그치고 있다. 월별 증감률 추이도 대미 수출은 2월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의 증가율(27.1%→9.2%→11.4%→24.3%→15.6%)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1월 16.2% 증가 후 4개월 연속 감소 내지는 한자리수 증가(16.2%→-2.5%→0.3%→9.9%→7.6%)에 그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 22년 만에 중국을 넘어서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1위 자리 바뀜은 글로벌 교역이 변화하고 있다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 30년간 공고하게 진행됐던 한·중 국제 분업 관계가 와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중국으로 자본재와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던 구조가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또한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한·미·일 경제 동맹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 미국과 경제적 유대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미·중 갈등의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중국 생산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과 일본,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공급망을 돌리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기술 봉쇄 정책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 시켰다. 중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로 핵심 기술과 원부자재의 해외 조달이 어려움을 겪자 제조업 굴기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선 점도 기존의 한·중 교역 관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화가 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발표한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는 종료되었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세계화를 “세계경제의 GDP 대비 대외교역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반세계화 여론 확산과 미·중 갈등 심화로 세계 GDP 대비 무역 비율의 상승 추세는 소멸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화 이후 글로벌 교역 환경의 변화 양상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세계화의 반대 개념은 지역화 내지는 블록화인 점을 감안하면 자유무역주의는 크게 후퇴하고 블록을 기반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 그룹과 이에 대응하는 중국·러시아 그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최대 100% 관세 카드를 꺼내는 등 보호주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원호 박사


이처럼 대미 수출 규모가 대중 수출을 추월했다는 현상은 단순히 양국 간의 무역 순위 변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의 미래 방향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제조업 굴기가 진행됨에 따라 중국과의 국제 분업 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공존하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블록화에 대비하여 생산 체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미 수출의 증가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장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해야 할 과제도 제시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변화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미래 전략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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