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美연준,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 조정할까

고물가 지속되면서 기존 2%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 제기
조정 가능성 낮지만 GDP 성장률 정체 지속되면 힘 실릴 듯
정부, 美금리 정책 변화 맞춰 대응책 정책 수단 정비해야
빅터뉴스 2024-06-24 15:41:12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기존 2%에서 4%까지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학자와 정치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꾸준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며 경기 침체의 조짐마저 나타나자 금리 인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 목표의 상향 문제는 향후 미국 경제 정책 방향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주장이 대두된 배경에는 지난 4월 발표된 두 개의 주요 경제 지표와 관련이 있다. 먼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다음은 1분기 GDP 성장률이 1.6%를 기록해 직전 분기 3.4%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2%대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를 제기하며 경기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미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2%로 지속적인 개선을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미루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결정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대두된 것이다. 대표적인 학자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목표인 2% 도달은 어려우며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연준이 미국 경제가 2.75~3%의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잘 운영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2% 목표를 추구한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2010년에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을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향후 ‘제로 금리 하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연 4%로 설정해 경기 불황 시 명목 금리 인하 여력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이 완화한 이후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2%에서 3%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목표의 상향 조정과 관련해서 현재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먼저 이를 찬성하는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완화해 경기 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금리 인하의 유연성을 확보해 금리 정책이 용이해진다. 셋째, 과거 20년 동안 미국 물가 상승률 평균은 2.3%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 목표는 현실적으로 너무 낮아 불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 기업과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실제 물가 상승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변경하면 연준의 통화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결국 금리 인상 효과를 감소시키고, 나아가 경제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의 수준을 넘어서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인의 대부분이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 또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탠체바 하버드 대학교 교수의 ‘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는가(Why do we dislike inflation?)’라는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매우 싫어하며,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보상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원호 박사


하지만 최근 세계화 흐름의 퇴조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각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고물가와 GDP 성장률 정체가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 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준도 언제까지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 조정 움직임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해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국내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금리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 수단을 정비하고, 특히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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