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1400원선 위협하는 환율

美금리인하 지연과 中경제 불안 등으로 달러 강세 지속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출 확대 통한 환율 변동성 줄여야
빅터뉴스 2024-07-01 17:19:25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2024년 6월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1.9원으로 14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4월 16일 연고점인 1394.8원에 근접한 수준이고, 연초 대비 약 8% 상승한 수치다. 최근 환율 불안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상반기 금융 보고서’를 통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계속 지연되거나 중동지역 분쟁이 재점화돼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엔화, 위안화가 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원화 약세 요인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환율의 변동 요인은 일차적으로 국내 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거나 무역 적자가 발생하면, 해외 투자자들이 원화를 매도하고 달러화 매수하는 경향이 늘어나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무역수지는 지난 5월 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1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GDP 성장률도 최근 들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 불안은 국내보다는 해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요인의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가 높으면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고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실제로 지난 4월 중순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찍었을 당시 상황은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5%를 기록하는 등 물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자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번 원화 가치의 하락은 엔화와 유로화 불안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상현 전문위원은 “미 연준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이 지난 4월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대외적 불확실성인 엔화와 유로화 추가 약세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원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한다면 원화의 추가적인 하락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올해는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 개선 효과에 따른 원화 강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시기가 지연되자 달러와 강세가 계속됐다. 더욱이 불확실한 중국 경제와 중동지역에서 분쟁 격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 등 불안정한 국제 정치·경제 상황은 안전 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외부 요인의 변화가 없다면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21일 원/달러 환율이 1400선에 바짝 다가서자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외환 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빌려 해외 투자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달러 매입 수요를 흡수해 환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뿐 장기적인 환율 안정화를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외부 요인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는 금융 당국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이원호 박사


이처럼 원/달러 환율의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8월 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지금처럼 불안정하면 금리 인하 결정에 걸림돌이 된다.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하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이미 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인하 압력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시장의 전망은 환율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1300원 후반대의 환율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는 8월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안정될 것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 확대를 통해 환율 변동성을 줄여가는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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