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일본 기업의 몰락이 주는 교훈
2024-10-28
지난 23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에 집중한 결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벳의 2분기 매출은 총 847억4000만 달러로,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로 월가의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183억7000만 달러에서 236억2000만 달러로 29% 증가했다. 이는 구글 검색의 지속적인 강세와 클라우드 사업의 성과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실적 발표와 함께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알파벳과 구글의 CEO인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구글은 AI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면서 AI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알파벳 분기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글 검색에 ‘생성형 인공지능(A.I.-generated)’을 도입한 결과, 검색량 증가와 사용자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AI 경쟁에서 선두에 서기 위해 투자하지 않는 것은 훨씬 더 큰 단점이 될 것”이라며 AI 투자에 대한 과열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다음 날 알파벳 주가는 5% 넘게 하락했다. 이는 AI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지만, 수익성 회수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알파벳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같은 날 빅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7(M7)의 주가도 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AI 반도체 전문기업인 엔비디아는 6.8% 하락했으며, 시가 총액 1, 2위인 애플과 MS도 각각 2.88%와 3.59% 내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M7을 구성하는 빅테크들은 AI의 밝은 미래에 힘입어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가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하자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AI에 쏟아붓고 있지만, 미래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칫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AI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상승한 주가를 모두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너무 많은 비용, 너무 적은 혜택?(Too Much Cost, Too Little Benefit?)”이라는 보고서는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투자와 그에 따른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보고서는 빅테크 기업들과 공공 기관 등이 향후 몇 년간 AI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 등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투자가 수익 측면에서 충분한 결실을 가져올 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보고서는 “AI가 미래의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높은 비용과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해 AI 투자 버블 우려에 불을 지폈다.
챗GPT의 등장 이후 AI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AI 연구·개발에 투자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은 ‘과도한 기대와 현실적 성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AI 관련 기업의 가치가 하락한 것도 이러한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AI 버블을 경고를 한다. AI 기술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AI 기술 개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AI가 미래 사회를 변화시킬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AI 투자에 대한 과열 경고음이 켜진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AI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기술 개발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AI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윤리적인 문제 등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도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버려야 할 것이다. AI 관련 기업의 급등락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AI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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