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 연준 파월 의장 발언의 변화와 의미

팬데믹 당시 경제 지원 최우선 의지 표명
인플레이션 치솟자 강력한 고금리 정책 선회
급속한 정책 방향 변화로 시장 불안 가중 비판도
빅터뉴스 2024-09-02 16:52:46
잭슨 홀 미팅은 매년 8월 말 미국 와이오밍 주의 잭슨 홀에서 열리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관계자와 경제학자가 모여 경제 상황과 금융 정책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이다. 잭슨 홀 미팅이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표되는 연설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향후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특히 미국 연준 의장의 발언은 달러 가치, 금리, 주식 시장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의 잭슨 홀 미팅 발언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화해 왔다. 지난 몇 년간 그의 발언 내용의 변화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파월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2018년 당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그의 초기 발언은 경제의 긍정적인 전망과 금리 인상 기조를 강조했다. 그해 잭슨 홀 연설에서도 미국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이 시기 그는 금리 수준과 관련해 경제를 과열시키지 않으면서도 성장을 지지할 수 있는 ‘중립 금리’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자 파월 의장의 발언도 바뀌기 시작했다. 2020년 잭슨 홀 미팅에서 그는 ‘평균 물가 목표(Average Inflation Targeting)’를 도입하는 변화된 통화 정책 목표를 발표했다. 이는 경제 회복을 위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의미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 지원을 최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2021~22년 연설은 고공 행진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주를 이룬다. 2021년 잭슨 홀 연설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조했다. 2022년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연준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연준이 금리 인상 가속화와 지속적인 긴축 통화 정책을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 연설은 고금리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것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접근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있었지만, 파월 의장은 잭슨 홀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는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급격한 금리 인상보다는 보다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올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자 파월 의장은 다시 한 번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그는 여전히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정책의 초점을 인플레이션 통제에서 실업률 상승 문제로 이동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원호 박사


이처럼 파월 의장은 잭슨 홀 미팅에서 발언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경제 상황에 따른 정책 변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비판의 주요 쟁점으로 급속한 정책 방향의 변화를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초기에는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평균 물가 목표제’를 도입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자 다시 초 고금리 정책으로 선회하는 등 정책 방향의 변화가 너무 잦다.

물론 경제 상황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연준의 정책 결정의 특성상 유연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일관된 정책을 기대하는 경제 전문가나 시장 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급속한 정책 방향의 변화는 연준의 정책 기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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