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국의 금리 인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美국채 수익률 낮아져 인도 등 신흥국 시장 자금 이동 
미국발(發) 수요 증가로 이어져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
한은, 집값 자극 경계심으로 인하 시기 고민 깊어져 
빅터뉴스 2024-09-24 12:07:12
미 연준이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금리 인하의 배경에 대해 연준은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로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오랫동안 유지한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빅컷에 대해 시장은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금리 인하를 ‘보험성 조치(insurance cut)’라며, 연준이 경기 침체를 방지하고 경제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금리 인하는 플레이션 하락과 노동 시장 약화를 반영한 것으로, 연말까지 0.25%p씩 두 번 더 금리를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와 모건 스탠리는 연준이 급격한 금리 인하보다는 점진적이고 완만한 인하를 통해 경제의 ‘소프트 랜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제 성장 둔화와 고용 시장의 약화 신호를 근거로 급격한 조치보다는 신중한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향후 몇 년간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며, 시장은 더 많은 인하를 기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먼저 금리 인하에 따른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 글로벌 시장으로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신흥국의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인도와 같은 고성장 신흥국은 외국인 투자 증가로 이어져 최대 수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글로벌 교역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낮아진 금리는 대출 비용을 줄이고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미국 내에서 경제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미국과 연결된 글로벌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즉, 금리 인하는 미국발(發) 수요 증가로 이어져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될 수 있다. 반면 이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 적자로 이어진다면, 미국이 흑자국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무역 재제를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교역의 활성화로 수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 회복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미국 금리 인하의 우리나라 수출 영향’ 보고서는 미국 기준금리가 1%p 인하되면 한국의 대(對)세계 수출은 0.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수요증가→수출증가’ 효과가 ‘원화 강세→수출감소’ 보다 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원호 박사


이제 관심은 한국은행도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언제 단행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더불어 우리나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해 고금리 기조에서 탈피하는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의 입장은 주택 가격 급등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세가 걸림돌로 작용해 신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수 경기와 물가 안정 추이를 봤을 때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금리 인하로 집값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경계심도 드러낸다. 이를 두고 시장은 금융 불안 요인이 해소되어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한은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금리 인하를 고민하기에는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 대한상의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내수 기업의 44.8%가 “이자 비용을 내면 손익분기점이거나 적자 상태”라고 답해 고금리에 따른 경영 상황이 안 좋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 불안 요인을 상당 부분 해소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은은 금리 인하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인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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