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파운드리 부문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9년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21년에는 38조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총 171조원을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야심찬 계획을 가동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매년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특히 TSMC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TSMC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동안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 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 전 세계 매출 점유율은 TSMC가 59%, 삼성은 10%인데, 올해 TSMC 점유율은 62%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삼성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를 선언하면서 시장은 삼성의 파운드리 전략 수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단 파운드리 부문의 분사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은 필리핀 삼성전기 방문 중 가진 인터뷰에서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 분사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사업 성장을 갈망한다”고 말해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의지 표명과 달리 파운드리 부문을 축소·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3분기 영업 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등 위기론이 심화되자 주력인 메모리부터 먼저 살리기 위해 파운드리 부문의 인력을 메모리 사업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보다 HBM과 DDR5 등 AI 기반 제품 경쟁력 확보를 우선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파운드리 부문은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수주 부진에 조직 축소가 더해지는 이중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삼성의 파운드리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첫째, 고객 다변화와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다. 파운드리 사업의 특설상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 등의 중소 팹리스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신생 스타트업과 협력해 고객군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AI, 자율주행, 5G 등 맞춤형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기술 혁신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다. 선두업체인 TSMC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와 혁신적인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트랜지스터 등 차세대 공정 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첨단 패키징 솔루션 개발에 적극 투자해 칩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 제휴와 적극적인 M&A 추진이다. 파운드리 부문의 적자 구조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전략보다는 전략적 제휴와 M&A를 통해 기술력 제고,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들을 인수해 기술력을 내재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조직 문화의 발상의 전환이다. 오랜 기간 세계 1위업체로 군림해온 타성에 젖어 관료화된 조직 체계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도전 중심의 혁신적인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삼성의 파운드리 부문은 TSMC에 비해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모두 열세인 이류업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발휘한 도전 정신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세상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 가지로 자식, 골프, 그리고 미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골프는 논외로 두더라도, '자식'과 '미원'의 결과는 이후 크게 달라졌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이어받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덕분에 자식 농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미풍은 미원을 끝내 넘어서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으니 실패로 남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미풍처럼 사라지지 않고 자식 농사의 성공 사례를 이어 받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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