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피자두의 달콤한 추억 부르는 에콰도르 시드라 

시드라 허니, 워시드보다 단맛 강하고 아로마도 풍부 
커피서 느끼는 단맛은 후각을 넘어 지각으로 이어져
신진호 기자 2025-02-17 17:19:02

에콰도르 얌바미네(Yambamine) 커피농장 작업자들이 잘 익은 커피 체리를 따고 있다. 사진=얌바미네 농장 인스타그램 

커피를 마실 때 집중해 할 맛(속성)은 무엇일까? 단맛(Sweetness)이다. 단맛은 커피를 마실 때 기분을 좋게 하고, 향미(Flavor)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렇기에 단맛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의 매우 중요한 속성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로스팅을 하면 생두 속 설탕(Suger)은 캐러멜화(caramelization)를 거치면서 열에 의해 파괴되고 퓨란(Furan) 등 부산물을 생성한다. 또한 로스팅한 원두에서 단맛을 내는 자당(Sucrose) 함유량은 인간이 감각으로 느낄 수 없을 만큼 적게 존재한다. 로스팅하면서 대부분 소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탈리(Batali)는 연구에서 “인간은 리터당 약 2000㎜g의 농도에서 자당을 감지할 수 있지만, 우리가 테스트한 커피의 자당 농도는 리터당 약 100㎜g이 최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Sensory and Monosaccharide Analysis, 감각과 단당류 분석).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커피에서 단맛을 느낄까? 인간은 커피를 마실 때 단순히 미각(味覺)만이 아닌 후각(嗅覺), 촉각(觸覺)과 함께 지각(知覺, Perception)으로 이어지면서 단맛을 느끼게 된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낸시 코르도바(Nancy Cordoba) 박사팀은 2023년 ‘How Sweet Coffee Tastes! Towards an Understanding of Coffee Sweetness’ 논문에서 125명의 커피 전문 테이스터의 테이스팅을 통해 커피의 단맛은 실제로 인지 가능하며, 향(Aroma)이 매우 강한 커피의 단맛은 방향족 현상(Aromatic Phenomenon)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팀은 “뇌가 맛(Taste)과 향(Aroma) 신호를 받으면 시각과 촉각, 소리, 기억과 함께 처리한 뒤 ‘향미(Flavor)’라고 부르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화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커피는 향과 맛이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달콤함(Sweet)’이라는 향미 이미지(Flavor Image)를 만들 수 있다”며 “이것은 혀에서 감지되는 단순한 단맛(simple sweet taste)과는 다른, 뇌가 만드는 단맛과 관련된 향미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설탕이 입안에 들어가면 미뢰(味蕾)는 ‘달콤한(sweet)’ 자극을 감지하지만, 아스파탐과 같은 다른 화학 물질도 달콤하다고 감지할 수 있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설탕이 아닌 비당 화합물(Non-Sugar Compounds)에 의해서도 단맛(Sweet Taste)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콰도르 얌바미네(Yambamine) 커피농장 작업자들이 커피 체리를 선별하고 있다. 사진=얌바미네 농장 인스타그램 

단맛이 일품인 에콰도르 시드라 워시드와 시드라 허니 프로세스를 세 번에 걸쳐 테이스팅했다.

첫 번째 테이스팅은 커피비평가협회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빨간 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산미보다 자두와 같은 단맛이 느껴졌다. 다시 한 모금 마시자 초콜릿과 웨이퍼(Wafer)의 느낌이 나면서 오미자보다는 구기자처럼 단맛이 나면서 신맛이 덜했다.

노란 잔에 담기 커피를 마시자 빨간 잔의 커피보다 훨씬 단맛이 강했다. 마치 대추차나 새콤달콤한 피자두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애프터테이스트에서는 그린(Green)과 함께 라임(Lime)처럼 첫 번째보다 약간 더 강한 산미를 살짝 느꼈다.

시드라 워시드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노트(Note) : 자두, 초콜릿, 웨이퍼(Wafer), 자몽, 구기자 

테이스팅을 끝나고 커피 목록을 살펴보니 빨간 잔과 노란 잔의 커피는 모두 에콰도르 얌바미네(Yambamine) 커피농장의 시드라(Sidra)였다. 가공방법이 워시드(Washed)와 허니(Honey) 프로세스로 달랐다.

이전에 테이스팅한 시드라 레드(Red) 워시드는 두 번의 무산소 발효(Double Anaerobic)를 거치면서 레드와인과 같은 향미(Flavor)를 느꼈지만, 이번에는 발효를 살짝 거치고 워시드와 허니 프로세스로 가공하면서 시드라의 단맛 속성이 잘 드러났다.

시드라 워시드와 허니 특성을 더 파악하기 위해 홈로스터인 팻보이(Phatboy)로 두 번 로스팅을 한 뒤 테이스팅을 해봤다.

시드라 생두의 아로마는 꽃향(Floral)과 과일향(Fruity)이 풍부했다. 껍질을 벗기고 점액질 상태에서 발효시킨 허니의 아로마가 물에 씻긴 워시드보다 강한 느낌이 들었다.   

시드라 허니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노트(Note) : 피자두, 초콜릿, 메이플 시럽, 라임(Lime), 레드와인, 딸기사탕, 대추차

이같은 차이점은 로스팅을 할 때 아로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팻보이에 100g의 시드라 허니를 넣고 메디(Med) 버튼을 누른 뒤 5분 정도 지나자 생두 색깔이 시나몬으로 변하면서 곡물 볶는 냄새(Grain)에 이어 구수한 군고구마와 군밤 냄새가 올라왔다. 7분30초에 팝핑(Popping)이 시작됐고, 8분30에 로스팅을 마쳤다. DTR은 11.76%, 원두는 93.2g이었다.

▲에콰도르 시드라 허니 팻보이 로스팅

시드라 워시드 100g을 넣고 메디로 로스팅했지만 아로마는 풋내와 비슷한 그린(Green)과 그레인(Grain)이 나면서 숭늉과 같은 약간의 구수함이 느껴졌다. 팝핑은 7분25초에 시작됐고 8분25초에 로스팅을 마쳤다. DTR 11.88%, 원두 92.9g.

두 번째 로스팅은 첫 번째보다 시간을 1분정도 늘렸다. 시드라 허니 100g을 팻보이에 넣고 메디 버튼을 누른 뒤 7분30초에 팝핑이 일어나 9분20초에 마쳤다. DTR 19.64%, 생두 88.8g.

시드라 워시드 100g을 넣고 메디로 진행된 로스팅은 7분28초에 팝핑을 거쳐 9분18초에 마쳤다. DTR 19.71%, 원두 89.5g. 

로스팅 후 채프는 허니가 워시드보다 많았다. 점액질을 물로 씻어 내면서 시드라 워시드의 채프가 그 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에콰도르 얌바미네(Yambamine) 커피농장의 잘 익은 커피 체리. 사진=얌바미네 농장 인스타그램 

두 번의 로스팅을 거쳐 2번의 테이스팅을 했지만 ‘단맛이 좋다’는 맨처음 블라인딩 테이스팅의 결과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사유(思惟)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속성이 좀 더 늘어났다.          

테이스팅을 하기 위해 시드라 워시드와 허니를 분쇄하자 스파이스와 재스민, 견과류(Nutty), 장미향이 풍성하게 올라왔다. 

시드라 워시드는 허니보다 정제된 깔끔한 맛이 돋보였다. 시드라 허니는 초콜릿과 메이플 시럽을 느끼면서 딸기사탕, 쿠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미가 계속 입안에 돌면서 단맛도 같이 올라왔다. 커피가 식으면서 레드와인의 속성과 함께 자두 맛이 강해진다는 느낌이었다.

시드라 워시드와 허니를 테이스팅하면서 지난해 여름 춘천 과수원에서 맛본 피자두가 떠올랐다. 피자두는 단맛이 강한지 보라색을 띠는 껍질 표면에 흰색의 과분(果粉, Bloom)이 잘 올라와 있었다. 피자두를 한입 베어 물자 단맛이 입안에 퍼지고 산미가 살짝 돋아나면서 기분이 업(Up)됐다. 지금까지 이렇게 맛있는 피자두를 처음 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품이었다. 

그래서 시두라 워시드와 허니에서 연상된 색깔은 보라색이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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