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암울한 한국 경제, 대응 방안 서둘러야
2025-02-17
세 명의 경제학자는 미국이 오랜 기간 이러한 조건을 가장 모범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번영을 이루었다고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강력한 포용적 경제 제도를 구축한 덕분에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 보호를 철저히 보장하는 법치주의의 확립,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혁신 중심 경제, 견제와 균형을 갖춘 민주주의 체제 유지, 자유무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등의 요소가 맞물려 미국은 20세기와 21세기 초까지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한국과 북한은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길을 선택해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군사 정권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며 포용적 제도를 확립했다. 경제도 1960년대 이후 수출 중심 경제 발전과 1990년대 이후 IT 산업 성장으로 개방과 혁신을 주도했다. 또한 교육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발전을 이룩했다. 반면 북한은 착취적 경제제도, 폐쇄적 경제 정책, 국가 통제 아래 혁신과 기업 활동이 억제되었다. 포용적 제도를 선택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반면, 착취적 제도를 유지한 북한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연구 성과를 요약하면 ‘포용적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성공의 길을 걸었고, 반대로 ‘착취적 제도’를 시행한 국가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성공적인 국가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3명의 공동 수상자 중 한명인 아세모글루 교수가 지난 2월 7일 파이낸셜 타임즈에 ‘The Real Threat to American Prosperity’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는데, 2050년에 미국이 몰락할 수 있다는 예언적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아세모글루 교수는 미국의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포용적 제도가 무너지고 있으며, 정치·경제적 양극화가 이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번영의 조건(과거)과 몰락의 원인(미래)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포용적 경제 제도→소수 엘리트가 부와 권력 독점 ▲공정한 법과 시장→경제적 양극화 심화, 중산층 몰락 ▲혁신과 창업 활성화→거대 기업 독점 강화, 창업 환경 악화 ▲정치적 민주주의→극단적 정당 정치, 정치적 불안정 증가 등이다. 이처럼 번영의 핵심 조건들이 약화되면서 미국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세모글루 교수의 칼럼에서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포용적 제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현실적인 비판에 가깝다. 그는 강한 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제 제도가 장기적 번영을 보장한다고 강조하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이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호무역주의, 경제적 불평등 심화, 민주주의 약화 등이 미국을 번영의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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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세모글루 교수의 경고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비상계엄 논란과 탄핵 정국은 법치와 제도의 후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 위기는 곧 경제적 위기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유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 먼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강화하여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 구조를 대기업 중심에서 벤처·중소기업·스타트업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양극화 해소 노력과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을 완화하고 사회적 통합을 위한 대화와 타협 중심의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뒷받침될 때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한 번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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