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우리 경제를 둘러싼 4대 리스크

성장 동력 약화,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 등으로 성장 둔화
경제·산업 구조 전환, 미 관세 인상 외교·통상 전략도 필요
빅터뉴스 2025-04-14 16:50:37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KDI는 올해 초 각각 1.5%와 1.6%로 전망치를 낮춘 데 이어,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간과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3월 성장률을 0.9%로 제시해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이 잇따라 낮아지는 주요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외부 충격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는 ▲성장 동력 약화 ▲양극화 심화 ▲부채 급증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 등 4개 리스크로 정리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혁신 둔화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소득과 자산의 불균형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부담이 급증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첫 번째 구조적 리스크는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 현상이다.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은 2% 수준이며, 장기적으로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2040년대에는 0%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기술 혁신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은 세계 최저 수준인데, 이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경제 성장의 제약이 가속화되고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 또한 OECD 평균을 밑도는데,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특히 낮아 경제 전반에 걸쳐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양극화의 심화다. 소득과 자산 격차의 확대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약 6.0배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은 자산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격차가 확대되며 지역 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노동시장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및 복지 격차가 커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차이 역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는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하며 경제 전반의 소비와 투자 위축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부채의 급증이다. 2024년 3분기 기준 국가총부채는 6200조원을 돌파했으며,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47.2%에 달한다. 특히 가계 부채는 2283조원으로, GDP 대비 비율이 91.7%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 부채도 2798조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한계기업 증가로 인해 금융 안정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 부채는 1141조원 규모로 가장 작지만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율을 기록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부채 문제는 금리 상승 시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네 번째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주요 교역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한 무역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하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자유무역주의는 후퇴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통해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 중대한 도전으로 작용하며,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원호 박사


언급한 4대 리스크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산업 구조 전환의 차원에서 고민해아 할 사안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인구 감소에 대응한 노동시장 개혁과 이민 정책의 정비,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의 전략적 육성, 혁신 역량 강화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 안전망 확충과 중소기업·소상공인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연한 외교·통상 전략과 함께 산업·수출 구조의 다변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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