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소득 최하위 20%(1분위) 계층의 가구당 소득은 월 평균 123만 8천원으로 1년 전보다 17.7% 감소했다.
반면, 소득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932만 4천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0.4% 증가했다.
최하위층 소득의 경우 4분기 감소폭으로는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수치다.
분기별로도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2017년 대비 1분기 –8.0%, 2분기 –7.6%, 3분기 –7.0% 등 연속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가처분소득 450만원 vs 82만원... 소득양극화 최대원인은 ‘일자리 참사’
취약 계층을 부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소득 분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작년 10월부터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했고,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상한액도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저소득층 지원 정책을 폈지만, 5분위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 소득(450만 6천원)을 1분위 소득(82만 3천원)으로 나눈 배율은 4.61배에서 5.47배로 뛰었다. 4분기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문 정부에서 소득 양극화가 오히려 심해졌다는 뜻이다.
소득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참사’다.
통계청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증가는 9만 7천명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취업자 증가 규모(-8만 7천명) 이후 9년만에 최소치다. 실업률은 3.8%로 2001년(4.0%)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다. 1분위 가구 평균 근로자 수는 1년 전 0.81명에서 0.64명으로 줄었고, 2분위 가구도 1.31명에서 1.21명으로 감소했다. 저소득층이 많이 취업하는 임시직·일용직이 1년 전 대비 15만 1천명 줄어든 여파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4분기 소득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43만 5백원으로 2017년 4분기(68만 1400원)보다 36.8%나 감소했다. 이 같은 근로소득 감소율도 가계동향 조사 작성 이후 최대치다.
취직에서 밀려나 자영업으로 발을 돌린 이들의 사업소득도 3.4% 줄어 2015년 3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처음 줄었다.
사업소득은 1분위가 8.6%, 2분위(하위 40%)가 18.7% 각각 감소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영업수익이 악화된 때문이다.
반면,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688만 5600원으로 14.2% 뛰었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1년 전보다 8.6% 증가한 726만 500원에 달했다.
통계청 박상영 복지통계과장은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 인상 등 공적 이전소득을 확대하며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고용시장 악화 정도가 너무 심각해 정부 정책효과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와 관련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소득분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고령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소비패턴 및 일자리 수요 변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권 지도부는 통계청 발표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 나경원, “소득양극화는 최악, 일자리는 재앙”, 손학규, “좌편향적 소득주도성장 때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소득양극화는 최악이고 일자리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잘못된 창문을 열어놓고, 최악의 경제지표를 받아들고 한다는 소리가 ‘기름 더 넣고 난방 더 하면 된다’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고집을 꺾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악의 소득양극화 원인은 정부의 좌편향 이념적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음식, 숙박업 등 최저임금 인상 취약 업종에서 19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소득주도 성장 폐기를 선언하고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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