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40만 중 30만은 ‘장롱자격증’... 그래도 ‘20만’이 치는 시험

[데이터N] 빅데이터로 본 직업 평판 ② 공인중개사 上
2019-06-21 16:20:24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 42만 명. 매년 신규 합격자 2만 명 이상. 자격증 가진 사람 4명 중 1명이 개업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문 닫는 사람도 해마다 늘고 있다.

◆ 1985년 제1회 시험 이후 42만 2096명 합격... 6월 현재 10만 6489명 개업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985년 제1회 시험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 제29회까지 자격시험에 합격한 공인중개사는 모두 42만 2096명이다. 이 중 중개사 사무소를 연 사람은 지난 10일 현재 10만 6489명이다. 자격증 보유자 4명 중 3명은 ‘장롱자격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전국 공인중개사 수는 ▲2014년 8만 6230명 ▲2015년 9만 1130명 ▲2016년 9만 6117명 ▲2017년 10만 1965명 ▲2018년 10만 5363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런데, 개업 공인중개사가 늘어난 동안 폐업자도 속출했다. 지난해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1만 9587명인데 폐업자 수도 1만 6197명이다.

올 들어서도 공인중개사 폐업 건수는 지난 2월 1212건, 3월 1377건, 4월 1425건 등 점점 늘고 있다. 올해 1~4월 전국 공인중개사 개업자는 6597명, 폐업자는 5416명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4월 전국 23개 지부 중 총 10개 지부에서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서울 서부와 남부, 부산, 인천, 울산, 경기 서부, 강원, 충북, 경북, 경남에서 폐업이 더 많았다.

◆ 2018년 중개업소 1개당 1년 거래 9.3건... 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20만명

공인중개사 신규개업이 주춤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거래가 절벽에 부딪치면서다. 지난해 전국 중개업소당 1년 거래건수는 평균 9.3건이다. 한 달에 1건도 안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매년 늘고 있다. 중개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제29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에 접수한 인원은 19만 6939명으로 2013년 9만 6279명에 비해 5년 만에 10만명이나 늘었다.

특별한 자격기준이 없고 은퇴 정년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과거 4~50대들이 많이 응시한다 해서 ‘중년고시’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시험은 2~30대와 6~70대가 몰리고 심지어 80대 응시자도 생기며 청년과 노년 등 세대를 불문하는 ‘국민고시’가 되고 있다.

포화상태라는 현실에도 응시생은 꾸준히 몰리는 공인중개사 시장. 누리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빅터뉴스(BDN:BigDataNews)가 SNS 여론분석 솔루션 ‘소셜 메트릭스’로 분석한 결과 지난 1년(2018. 6~2019. 5) ‘공인중개사’(‘중개사’ 포함)에 대한 온라인 버즈량(특정 단어에 대한 의미 있는 언급량)은 12만 8121건이었다.

SNS 채널별로는 인스타그램에서 5만 908건이 언급돼 가장 많았고 블로그 3만 607건, 트위터 2만 8214건, 커뮤니티 9918건, 뉴스 8474건 순이었다.

분석기간=2018/06/01 ~ 2019/05/31

전체=128,121건

◆ 인스타그램 ‘관악구~중랑구 집 찾는 냥이 집사’ ‘좋아요’ 1위... “보금자리 얼른 찾길”

다른 SNS 매체보다 많은 버즈량을 기록한 인스타그램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살 집을 구하는 한 누리꾼의 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서울대입구, 신림, 신대방에서 집을 못찾고 중곡, 상봉, 망우, 중화, 먹골까지 5시간 발품을 팔았다는 누리꾼 1r***1c**은 “오늘도 역시 고양이가 있다고 하니 방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부동산도 있었어요.ㅋㅋㅋ 고양이 키운 집 때문에 하수관이 막혔다고 하질 않나 문짝을 긁어서 문을 새로 해줬다고 하질 않나 냄새가 너무 심했다고 하질 않나 그분들 이야기만 들으면 고양이가 아니고 야생동물의 사육후기 같아요ㅋㅋ”라며 “내일은 미아, 삼양, 수유 쪽으로 가볼 예정이예요! 부디 고양이 되고 전망 좋으며 넓은 집이고 벽지가 하얗고 체리 몰딩이 없는 집이 나타나주길”이라 기원했다.

이 글에 5583명 누리꾼들이 ‘좋아요’를 눌렀고 “ㅠㅠ아가들과 집사님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얼른 뿅하고 나타나주길” 등 위로 댓글을 달았다.

◆ “다방 직방은 공인중개사 전화번호부로 생각해야”... 방 구하다 지친 누리꾼의 하소연

트위터 1위는 네티즌 R_grape******의 “다방 직방은 그냥 공인중개사 전화번호부로 생각하는게 정신건강에 조음 허위매물 걸려도 싸우지말로 진짜 지치고 짜증난 얼굴로 "제가 지금 집을 n군데를 보고 왔는데 좀 그만 하고 계약하고싶어요." 하면서 원하는 조건 읊으면 '아싸 오늘 한건 올리나!'싶어진 중개사가 비장의 매물 꺼냄 ㄹㅇ로”(2019/02/12)이었다.

다방, 직방 등 부동산 중개 앱을 통해 방을 구할 때 허위매물을 내놓은 중개사들과 싸우지 말고 이미 몇 군데 보고 왔다는 표시를 내며 원하는 조건을 말하는 게 낫다는 조언을 누리꾼들이 5520회 리트윗 하며 이슈 트위터에 올렸다.

◆ ‘공인중개사’ 연관어, ‘시험’ ‘자격증’ ‘에듀윌’ 등... ‘직방’>‘다방’

‘공인중개사’ 연관어로는 ‘공인’, ‘부동산’이 1위와 2위인 가운데 ‘시험’(3만 696건)과 ‘공부’(2만 9398건)이 각각 3,4위에 올라 공인중개사 자격증 획득을 위한 시험과 공부 등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는 사실을 추측케 했다.

‘자격증’(1만 9959건, 8위), ‘민법’(1만 953건, 19위), ‘에듀윌’(9036건, 23위), ‘학원’(7604건, 28위), ‘공법’(5733건, 43위) 등도 수험관련 정보들로 ‘공인중개사’ 연관어에 이름들을 올렸다.

‘매물’(2만 2386건, 5위), ‘전세’(2만 1297건, 6위), ‘아파트’(1만 8991건), ‘매매’(1만 6415건, 12위), ‘상가’(1만 5611건, 13위), ‘월세’(1만 5230건, 14위), ‘임대’(1만 2829건, 16위), ‘원룸’(1만 2718건, 17위) 등 실무 용어들도 빠지지 않고 연관어 상위권을 점유했다.

부동산 중개 앱으로 유명한 ‘직방’과 ‘다방’도 공인중개사 연관어에 나란히 올랐는데, ‘직방’이 7760회 언급되면서 7556회 언급된 ‘다방’을 조금 앞질렀다.

그림='공인중개사' 연관어 워드클라우드
그림='공인중개사' 연관어 워드클라우드

공인중개사 시험은 1985년 제1회 시험부터 지난해 제29회까지 횟수와 방식의 변경을 몇 차례 거쳐왔다. 4회부터 10회까지 2년에 한번 치러진 시험은 11회부터는 매년 시행으로 바뀌었다. 또 5회부터 9회까지 상대평가제던 시험 방식은 10회부터 절대평가제로 전환됐다. 시험방식 변경에 따라 합격률도 요동쳤다. 13회 시험의 경우 15만 9795명 응시에 합격률은 12%였는데, 2016년 제27회 시험에는 7만 1829명이 응시해 합격률이 31.1%에 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공인중개사협회는 18일 부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법 개정을 통한 상대평가제로의 전환을 공식 건의했다.

협회 부산시회 김광호 회장은 “자격증만 남발하고 생계는 보장 안 되는 상태”라며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 신규 합격자가 없어도 20년은 지나야 정상 상황이 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해 1차 시험에 합격한 회사원 유모씨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공부를 하는 것인데, 진입 기회조차 좁힌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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