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이 민주당 등 여권(與圈)에서 사용한 ‘피해호소인’ 단어로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는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를 통해 “피해호소인이 제기한 문제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 단어를 언급했다. 다음날인 15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 호소인의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단어를 재차 사용했다.
누리꾼들은 이 대표나 서울시 등 여권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발끈했다. 피해호소인은 정식 법률용어도 아닐뿐더러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14일, 15일 네이버 뉴스에는 인링크 기준으로 관련 기사가 62건 올라왔는데, 댓글은 1만670개 달렸고, 이 기사들의 감성반응은 ‘화나요’가 평균 94.5%로 집계됐다. 서울시 장례위에서 이 단어를 언급한 14일에는 댓글이 708개 발생하며 큰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일각에서 이 단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상황에서 15일 이해찬 대표가 이 단어를 사용하자 댓글은 9963개 달리며 논란이 증폭됐다.
예로 장례위의 메시지를 보도한 14일 연합뉴스의 <박원순 장례위 "피해호소인 제기한 문제 무겁게 받아들여"> 기사 댓글게시판에는 피해호소인 지칭을 문제삼은 댓글들이 쏟아졌다. 이 기사는 ‘화나요’가 98.1%로 집계됐다. 부정감성은 매우 높았지만 댓글은 142개로 이때까지만 해도 논란이 대량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 피해호소인이 아니라 피해자이다.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저것들이 성추행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있구만.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안보인다. (공감 338)
- 피해호소인 이란 단어 진짜 생전 처음 듣는다. 진짜 대단하다 내로남불 (공감 150)
-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소름끼친다 (공감 63)
- 청와대와 민주당은 미투 고소인을 일방적 피해 주장하는 "피해호소인" 이라고 지칭하더라. 제대로 지칭하라!!! "피해호소인"이 아니라 "고소인"이다 (공감 16)
그러나 15일 이해찬 대표의 사과를 전한 연합뉴스의 <[1보] 이해찬 "피해호소인 고통에 위로…통렬한 사과"> 기사에는 1612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란이 커졌다. 이 기사의 감성반응은 ‘화나요’가 98.1%로 나타났다. 댓글게시판에서 누리꾼들의 관심은 ‘피해호소인’ 단어에 집중됐다.
- 피해 호소인은 뭐냐? 피해여성이지 (공감 1,311)
- 끝까지 피해호소인이네. 어디서 이런 괴상한 단어를 들고 와서 끝까지 프레임질이야? (공감 591)
- 피해호소인?? 피해를 호소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거냐? 피해자가 사과 구걸하는거처럼 만드네... (공감 310)
한편 관련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기사는 조선일보의 15일자 <진중권 "'피해호소인'이란 말 만든 XX 이름 공개하라"> 기사로 2991개의 댓글이 달렸다. 기사는 ‘피해호소인’ 표현에 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비판을 보도했는데, 댓글게시판에는 진 전 교수의 비판에 동조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 기사의 감성반응은 ‘좋아요’가 97.5%로 집계됐다.
- 나도 그 말에 더 분개했다 (공감 23)
-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 이 두 단어의 공통점. 피해를 니가 호소하는건 인정하지만 그것이 사실은 아닐수도있다ㅡ근데 니가 피해를 봤다니 사과하는 척은 할게ㅡ (중략) (공감 22)
- 앞으로 살인자 피해자는 살인호소인.. 강간피해자는 강간호소인... 사기피해자는 사기호소인.... 요렇게 말해야 되겠네 (공감 22)
◇ ‘피해호소인’ 2012년 처음 등장... 주로 성폭력 관련 이슈에 등장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가 SNS에 처음으로 등장한 때는 201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발생한 한 학생 노동운동 단체 내부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등장한 것으로 보여진다. 당시 목격자가 피해자와 가해자 둘 뿐인 상황에서 양측의 진실공방이 팽팽히 맞서면서 대안으로 ‘피해호소인’, ‘가해지목인’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이 단어는 2016년 10월 SNS에서 불거진 문단 내 성폭력 이슈와 2017년 미투(#metoo)운동으로 이어지며 심심치 않게 SNS에 등장했다.
‘피해호소인’은 주로 성폭력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에서 주로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2019.1.1 ~ 2019.12.31) 트위터에서 키워드 ‘피해호소인’이 언급된 트윗 1244건의 문장을 분석한 결과 ▲폭력이 226회로 가장 높은 언급빈도를 보였다. 폭력이 전체 언급량에서 언급된 비율은 18.2%였다. 이어 ▲가해자 222회(17.8%), ▲성폭력 203회(16.3%), ▲유죄 146회(11.7%), ▲무고죄 114회(11.6%) 순으로 언급됐다. 이밖에 ▲권력 124회(10.0%), ▲남성 120회(9.6%), ▲증거 94회(7.6%), ▲성폭행 89(7.2%), ▲성추행 79회(6.4%), ▲페미니스트 71회(5.7%) 등 대체로 성폭력 및 미투 논란과 관련된 단어그룹이 높은 언급빈도를 보였다.
◇ 민주당의 올해들어 두 번째 ‘피해호소인’ 논란
민주당은 이번 ‘피해호소인’ 단어와 관련된 논란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박 전 시장의 사건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이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과 판박이지만, 이전의 두 사건과 다른 이슈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당시 안 전 지사는 SNS에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OO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와 함께 사퇴의사를 밝혔다. 후에 이 사과내용은 범죄사실의 인정으로 보여지며 안 전 지사의 유죄판결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도 했다. 오 전 시장도 사퇴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분들에게 사죄드리고 남은 삶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라며 피해자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각 사건마다 ‘피해자’를 언급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박 전 시장의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리인들이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쓰며 범죄사실을 부정(否定)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논란을 일으켰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지난 1월 원종건 논란과 유사한 이슈 플로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민주당에서 총선을 앞두고 20대 남성 대표로 영입한 원종건과 관련해 ‘데이트 폭력’이 폭로된바 있다. 1월 27일 전 여자 친구라고 밝힌 글쓴이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씨의 가학행위 등 데이트 폭력을 폭로하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민주당과 원씨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결국 원씨는 하루만인 28일 총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원씨의 출마 포기로 이슈가 종결돼가던 29일 당시 민주당의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의원이 ‘피해호소인’ 발언을 하며 논란이 다시금 증폭됐다. 남 의원은 SNS에서 원종건 사건을 사과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씨의 전 여자친구를 지칭해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또 같은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원종건씨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것에 강한 유감을 갖는다”는 발언을 하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당시 누리꾼들이 트위터에 남긴 반응은 6개월이 지난 15일 이해찬 대표의 ‘피해호소인’ 발언에 대한 반응과 판박이었다.
- [트위터] 2020/01/29 RT:987 [남인순과 더불어민주당] 피해 호소인을 비롯한 상처입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피해호소인의 용기를 지지하며, 민주당은 지난 미투운동 이후 젠더폭력 의제에 대해 무관용 원칙임을 강조합니다.
- [트위터] 2020/01/29 RT:67 가해자로 지목 됐을 뿐이고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이라고?
- [트위터] 2020/02/01 RT:22 (중략)... 피해 호소인이란 말도 나왔구나. 그런데 피해 호소인,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나? 들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공당이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알기 쉽게 말해야 하는데, 피해자란 말을 쓰기 싫어서 피해 호소인,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 낸 거네.
- [트위터] 2020/02/02 RT:57 (중략) 남인순이 젤 쇼킹 피해자면 피해자지 뭔 피해호소인이야. 언제부터 그랬다고 (중략)
- [트위터] 2020/02/01 RT:20 남인순 그간의 여성활동 경력 때문에라도 익스큐즈 했는데 쫑건이 미투 피해자 분한테 '피해 호소인' 드립친거 보고 저 아줌마도 그냥 가져다 버려야 할 쓰레기인가 싶음. (중략)
※ 마이닝 솔루션 : 펄스케이, 채시보
※ 조사 기간 : 2011.1.1 ~ 2020.7.15
※ 수집 버즈 : 39,692건 (트위터, 네이버 뉴스 및 댓글)
※ 분석 : 빅버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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