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69세)의 네번 째 연임 도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만간 그가 도전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은행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하나금융 내부규범상 만 70세 규정이 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연임 시도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추후 절차를 밟아 언제든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일반기업도 아닌데다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금융수장이 4연임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선 이대로 가다간 그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세습경영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를 일이라는 웃픈이야기까지 떠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4연임 도전을 확정하고 공식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내달 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후보 선임절차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2주전인 내일까지는 김 회장의 최종 의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회추위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차기 회장 최종후보 1인을 뽑아야 한다.
앞서 3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은 임기가 끝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여러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기류변화가 강해졌다. 코로나 비상상황에 유력 차기 주자의 법적 리스크 등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투자도 자기자본 4조원대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시켰다. 하지만 김 회장의 4연임을 보는 시각은 좋지 않다. 국민혈세가 투입돼 되살아난 금융기업인데다 여전히 공기업인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다. 이런 상황에서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초장기지배를 용인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의 연임이 하나금융의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다. 지난 2018년 하나금융은 종합검사가 마무리된 뒤에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무시하고 절차를 그대로 진행해 김 회장을 연임시켰다. 당시 김정태 회장과 날을 세웠던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의 채용비리 의혹 때문에 사퇴하기도 했다. 체면을 구긴 금융당국 입장에서 김 회장의 연임이 달가울리 없는 셈이다.
김 회장은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의 인사청탁, KEB하나은행 채용 관련 채용비리 의혹 등에 잇따라 휘말리기도 했다. 채용비리의 경우 김 회장은 무혐의를 받았으나 그와 같이 연루됐던 함영주 부회장이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하나금융이 김정태 회장의 사기업이냐며 4연임 도전은 지나친 노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재벌 오너들의 행태와 다를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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