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별세한 정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은 3일이 지나고도 정 회장 빈소에 들러 조문을 하지 않고 있다.
정계에서는 현 회장의 이런 태도는 2003년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한 ‘시숙의 난’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숙의 난’은 2003년 8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 불법송금 특검 진행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발생했다. 현 회장이 그해 10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하자, 정 명예회장은 사모펀드 등을 이용해 비밀리에 지분 매집한 뒤 11월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를 “현대그룹은 정씨 일가의 것”이라며 정당화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주식 매집은 불법으로 드러나 현대그룹 인수는 실패했다. 정 명예회장과 KCC는 주식 대량 보유·변동 보고 의무(5%룰)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런 앙금으로 현 회장은 정 명예회장과 평소에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2015년 11월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등 집안 대소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끝내 정 명예회장 빈소에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은 정상영 명예회장의 M&A 시도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며 “작은아버지가 현대그룹을 빼앗으려 했다는 충격이 쉽게 아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