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배터리' 내달 1일 출범…주가는 뒷걸음질

소액주주?국민연금 반발속 물적분할 방식 그대로 통과
주식으로 배당 길 열어…배터리 신설회사 상장후 배당?
2021-09-16 14:52:03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 방식의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을 통과시키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때와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 현장.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 방식의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분사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때와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SK가 주식으로 배당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 소액주주 배려 측면에서 LG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 E&P 주식회사(가칭)'의 물적 분할안을 의결했다. 주총 참가 비율은 74.57%였고, 이 가운데 80.2%의 찬성률로 분사 안건이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핵심 사업부문인 배터리사업 등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안건에 반대했지만 지분율에 밀렸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올해 반기 기준 ㈜SK 등 특수관계인 33.4%, SK이노베이션 자기주식 10.8%, 국민연금 8.1%, 기타(외국인 및 국내 기관, 개인주주) 47.7% 등이다. 기타 지분 중 외국인·국내 기관이 약 26%, 개인주주가 22% 수준이다.

이날 분사안 의결로 배터리, 석유개발 신설회사는 내달 1일부로 각각 출범한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SK배터리 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생산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을 맡는다. 

김준 총괄사장은 "각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결정"이라며 "회사 분할을 계기로 각사에 특화된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질적·양적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시의 반응은 차갑다. 이날 주가는 개장 이후 3~4%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 한 때 주가가 강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임시주총 분할안 통과가 알려진 이후 낙폭을 확대했다. 지난 4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 분할을 발표한 날에도 주가는 장중 8% 급락한 바 있다. 물적분할 방식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매도세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분사에 대해 증권가에선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에 따른 지분 희석 우려보다 시장점유율 상승 효과가 클 것"이라며 분사 이후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의견과 "핵심 사업인 배터리 부문의 분할과 이후 기업공개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및 지주사 할인 반영 등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이날 주총에서 주주 이익배당을 금전 외 주식과 기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된 것은 향후 투심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신설법인에 현금성 자산의 70% 가량을 몰아주는 상황에서 부족한 현금 여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지만 향후 신설법인의 주식을 배당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기존 소액주주들에게 이른바 '존버'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자회사 한국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부문 분할은 지난해 LG화학과 케이스와 닮아있다"며 "지분가치를 희석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보완할 수 있는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과, 필요하다면 일부 자기주식 소각을 통해서라도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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