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표류하고 있는 중고차판매 시장의 ‘생계형 적합업종’의 조속한 결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올해 안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판단이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기부가 중소판매사와의 상생은 물론 진출 대기업의 시장 독과점 문제까지 잘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재 신차 내수 시장점유율이 70~80%에 달하는 상황에서 만약 중고차 시장까지 접수하게 될 경우 독과점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2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현재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만료되면서,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위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수준 높은 품질관리와 애프터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대기업의 시장진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적합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다. 이후 완성차업체, 중고차단체, 전문가, 중기부 등이 공동으로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하고 상생안을 만들었지만 이견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9월 최종 결렬됐으며, 법적 심의기간을 1년 6개월 이상 초과한 현재까지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부의 판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여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중고차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다”며 “중기부가 결론을 조속히 내려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 단체는 “지난 2년 동안 완성차 및 중고차업계, 소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취합한 만큼 결정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기부가 중고차업계와 대기업이 모두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놓고 완성차 및 중고차업계, 중기부의 어떤 결정도 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결과 전문가 79.9%와 소비자 68.6%가 완성차업체의 인증중고차 시장 진입에 찬성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불신이 크다는 이야기다. 실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55만4564건, 약 2900억원의 중고차 거래사기가 발생했다. 대기업 시장 진출은 중소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 중고차판매업계의 호소를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탓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연합회 주최한 ‘중고차시장 이대로 괜찮은가’를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바 있다.
하지만 신중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독과점 우려 떄문이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합산 시장점유율은 71.8%로 전년동기 대비 더 증가했다. 올해 월별로는 양사 시장점유율이 90% 육박할 때도 있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쏠림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판매한 전기차(제네시스 포함, 상용차는 제외)는 3만5734대로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3사의 전기차 판매대수 2029대의 10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 마저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사실상 한국 차시장은 현대차그룹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고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업체 대다수가 영세한 사업자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은 사실상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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