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주력 계열사 대표진은 더욱 젊어지고 경쟁사의 인재를 영입하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빅테크·핀테크 등 디지털화와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가 핵심 경영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통한 변화와 혁신을 적극 도모하는 모양새다. 업계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서 이같은 변화는 두드러지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6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열어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7개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대추위는 "확고한 리디뱅키그룹 위상 구축을 위해 시장 지위를 향상 시킬 수 있는 역동적인 차세대 리더 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대표에는 이창권 현 KB금융지주 CSO, KB생명보험 대표에는 이환주 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KB저축은행 대표에는 허상철 현 KB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 대표가 후보로 추천됐다. 임기는 모두 2년이다. 이창권 후보는 전략·글로벌 등 다양한 직무 경험과 성공적 푸르덴셀생명 인수를, 이환주 후보는 지주·은행 내 재무·전략·개인고객·외환 등 핵심 직무 역량을, 허상철 후보는 디지털·영업·전략 등의 폭넓은 경험과 변화·혁신 의지를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출생연도는 각각 1965년, 1964년, 1965년생으로 주력 계열사 대표 연령 수준이 모두 1960년대로 내려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산업 환경 속에서 비교적 젊은 최고경영자를 임명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후보들의 선임은 이달 중 각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와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나머지 KB증권,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에서는 박정림·김성현(복수대표), 이현승, 황수남, 김종필 현 대표이사의 연임이 결정됐다.
‘포스트 윤종규’ 시대를 위한 준비도 빨라지고 있다. 이동철 현 KB국민카드 대표는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앞서 허인 현 KB국민은행의 부회장 승진이 결정된 상황에서 현 양종희 부회장까지 연임할 경우 윤 회장의 후계자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3명은 모두 1961년생 동갑내기다.
신한금융지주도 경쟁사 인재를 영입하고 그룹 내 첫 여성 CEO를 배출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지주는 전일 인사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10개 자회사 CEO 중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대체자산부문 대표,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배진수 신한AI 사장 등을 제외한 6명을 교체했다.
특히 신한지주는 신한자산운용에 전통 자산과 대체 자산 부문 각자 대표제를 도입하고 전통 자산 부문에 지난해 12월까지 KB자산운용 사장을 지낸 조재민 전 사장을 추천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또한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전문회사인 신한DS 대표에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을 선임했다. 그룹 최초의 여성 CEO다. 이어 신한리츠운용 사장에는 김지욱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발탁했다. 아울러 지주내 CSSO(전략·지속가능), CFO(재무), CDO(디지털)도 영역별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차세대 인재로 교체됐다.
신한지주 측은 “최근 은행, 카드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신한라이프 출범 및 카디프손보 인수까지 그룹의 사업라인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며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이 뛰어난 인물을 CEO로 선임해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인 자본시장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두 금융그룹의 인사에서 한층 젊어지고 더욱 전문적인 인재들이 핵심 보직에 배치됐다"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 비은행 사업 강화 등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다른 은행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등은 연말과 연초 인사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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