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만큼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이 없다. 많은 이들에게 기차는 꿈이며 여행이다. 끝없이 이어진 철로를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으면 목적지가 정해져 있더라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느낌이 든다.
기차는 향수(鄕愁)다. 시속 300㎞가 넘는 고속열차가 등장했지만 많은 사람이 덜컹거리는 3등 열차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린다. 비록 타보지 못했더라도 증기가관차를 보면 누구나 빛바랜 사진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저마다 추억에 잠기곤 한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화랑대 철도공원(노원불빛정원)이 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철도공원은 옛 경춘선 화랑대역의 역사(驛舍)와 플랫폼, 폐(廢) 선로를 살려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공원에 들어서면 미카 텐더형 증기기관차가 반갑게 맞이한다. 1952년 일본에서 도입된 화물전용 증기기관차인 미카는 경부선을 1967년까지 달리다 퇴역했다. 시속 70㎞로 달린 미카의 총 주행거리는 164만2500㎞에 이른다.
기차공원에는 일본에서 기증한 앙증맞은 히로시마 전차도 볼 수 있다. 또한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램은 작은 도서관으로 변모해 산책 나온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미카 뒤편에는 시계 박물관인 ‘타임 뮤지엄’이 자리를 잡고 있다. 타임 뮤지엄은 퇴역한 무궁화호 객차 6량을 개조해 만들었는데, 시간여행을 주제로 6량의 객차별로 ▲시간과 인류 ▲시간과 예술 ▲시간과 울림 ▲시간과 나눔 등의 테마로 꾸며져 있다.
특히 타임 뮤지엄에는 해시계와 물시계, 상아로 만든 시계, 세슘 원자분수시계 등 시대별 시계뿐 아니라 자전거로 만든 시계, 공의 다양한 변화에 의해 시각을 재미 있계 표현한 목공예 시계 등도 볼 수 있다.
화랑대역사 옆에는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이 있다. 카페는 기차공원 콘셉트에 맞게 미니어처 기차 천국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미니어처 기차들이 진열되어 있고, 정면에는 마치 알프스를 달리는 미니어처 기관차가 벽화처럼 꾸며져 있다.
카페는 창문가에 미니어처 기차가 달릴 수 있게 레일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옆으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레일은 천장에도 설치되어 있어 미니어처 기차가 끊임없이 달린다.
주문대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를 실은 미니어처 기차가 고객이 앉은 자리까지 배달해준다. ‘기차 배달부’는 고객에게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비대면 시대에 최적의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라이트는 카페 1층 중앙에 설치된 미니어처 기차와 컬럼비아 우주선.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는 가운데 발사대에 놓인 우주선은 20분마다 카운트다운에 맞춰 하늘로 솟아오른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눈을 떼지 못한다.
‘기차가 있는 풍경’ 박세영 점장은 “육사 정문 옆에 있는 화랑대 기차공원은 도심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며 “카페에서 제공하는 커피는 전 세계의 스페셜 생두를 선별해 직접 로스팅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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