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로 소득이 줄어들거나 빚으로 연명하는 가구나 소상공인이 많은 상황에서 금리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3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98%로 한 달 새 0.05%포인트(p) 높아졌다.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8%에서 3.84%로 0.04%포인트 낮아졌지만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33%에서 5.46%로 0.13%포인트 올랐다. 2014년 7월(5.59%) 이래 7년 8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예금은행의 3월 신규 취급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19.5%로 2월(22.1%)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기업 대출 금리(연 3.39%)는 2월(3.37%)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2019년 9월(3.42%)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3.12%에서 변화가 없었고, 중소기업 대출 금리(3.59→3.57%)가 0.02%포인트 떨어졌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일부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 등으로 내린 것으로 분석되다.
기업과 가계대출 금리를 모두 반영한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 평균은 2월(3.51%)보다 0.01%포인트 낮은 3.50%로 집계됐다. 기업과 가계 대출 금리가 모두 올랐지만, 금리가 낮은 기업대출이 전체 은행권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 평균도 연 1.70%에서 1.74%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은 1.76%포인트로 2월(1.81%)보다 0.05%포인트 축소됐다. 신규 취급 기준이 아닌 잔액 기준으로는 총수신 금리(0.96%)가 0.03%포인트, 총대출 금리(3.28%)도 0.08%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예대마진(2.32%포인트)이 0.05%포인트 확대됐다. 2019년 3월(2.32%포인트) 이후 3년 만의 최대폭이다.
은행 외 금융기관 가운데 상호저축은행의 예금금리(1년 만기 정기예탁금 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50%로 한 달 새 0.05%포인트 올랐고 상호금융(2.01%), 신용협동조합(2.43%)에서도 각 0.04%포인트, 0.07%포인트씩 예금금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새마을금고(2.45%)의 경우 0.02%포인트 오히려 낮아졌다. 대출금리의 경우 신용협동조합(4.47%·+0.06%포인트), 상호금융(3.96%·+0.06%포인트), 새마을금고(4.48%·+0.18%포인트), 상호저축은행(9.24%·+0.14%포인트)에서 모두 올랐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5조8000억원으로 대부분 금리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76.1%)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이 3조3000억원가량 커진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금리가 1.90%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총 40조3000억원 증가하고,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이자는 평균 345만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