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0.25%P씩 다섯 차례에 걸쳐 인상한데 이어 이번에 0.50%p 인상함으로써 10개월 동안 총 1.75%p 올랐다. 빅스텝 단행은 한은 역사상 최초이고 세 차례(4월, 5월, 7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조치다.
한은이 초강수 통화정책을 꺼내든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기준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을 우려해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빅스텝 발표 직후 시장의 반응은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침착하게 받아 들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져올 파장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스텝 단행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인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경제 전반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또한 그는 물가와 경기를 모두 보겠지만 고물가 상황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당분간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즉, 경기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앞으로 몇 차례 더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2.75%~3.00% 수준까지 올라 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제는 계속되는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해 나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 졌다. 이창용 총재가 앞선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장 시급한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고통을 받게 될 서민,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에서 발생할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도 빅스텝 단행과 동시에 빠르게 움직였다.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125조원+α 기금을 마련해 취약 계층에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에서 핵심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으로 ‘대출 연장과 경감’과 ‘저금리로 대환 대출’로 요약된다. 먼저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 채무의 대출 채권을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서 만기 연장, 금리 감면 등을 통해 상환 부담을 경감해준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금리 차입자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을 전환해서 금리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할 위기에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대출로 부동산 등을 구입한 서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형평성의 문제’와 ‘도덕적 해이’다. 장기연체중인 자영업자의 빚을 60~90% 사이에서 탕감해 준다면 그동안 꼬박꼬박 빚을 갚아온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꼴이 된다. 더욱이 빚내서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실패한 이른바 ‘영끌·빚투족’ 청년들에게 1년 동안 이자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형평성을 넘어서 자칫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것은 정부가 서민 금융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민간의 부실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 떠맡긴다는 것이다. 오는 9월 만료되는 소상공인의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처에 대한 새로운 대책의 주 내용은 은행이 신청자의 90~95%에 대해 자율적으로 연장 또는 유예해 준다는 것이다.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 방식이라는 표현으로 얼핏 은행 자율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관치 금융이라는 지적이다. 민간주도 경제를 제 1 목표로 강조하는 새 정부에서 관치 금융에 가까운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접어 들면서 한국은행은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쳐야하기 때문에 경기 등 다른 경제 문제를 돌아볼 여유가 당분간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재정 부문이 취약계층의 사화안전망 구축을 비롯해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 문제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균형을 맞춘 정부의 재정정책이 수립이 시급하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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