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어느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반열에 오른 임윤찬이 들려주는 연주는 감동 그 자체였다. 서울에서 200㎞를 달려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으로 가는 여정은 힘들었지만 보상을 받고도 남았다. 임윤찬에게서 힐링을 받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구름 한 점 없게 하늘이 눈부시도록 파란 27일 오후 4시30분쯤 ‘제8회 계촌클래식축제’가 열리는 계촌마을은 축제 그 자체였다. 먹거리 장터에는 커피와 샌드위치, 닭꼬치 등을 파는 푸드코드가 즐비했고, 임윤찬 공연이 열리는 계촌클래식공원까지 관객들이 마을을 감아 돌아 족히 1㎞ 넘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신청 사연을 보내 채택된 사람(신청자 포함 2매)들로, 앞줄에 선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주최 측인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지난 6월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임윤찬이 계촌클래식축제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객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이전까지 무료 공연에서 사전 신청 예약제로 바꾸었다. 관객 대부분은 입장권을 구하기 힘든 임윤찬 ‘직관’ 공연에 모두 행운을 잡았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줄은 길었지만 모두 짜증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시간을 기다렸다. 입장은 오후 5시30분부터 이뤄졌다. 입장 순서에 따라 관객들은 무대 주변에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입장권이 없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얕은 방의동천을 건너 콘서트장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오후 8시 채재일 교수의 클라리넷 연주가 끝나고 임윤찬이 무대에 오르자 5000여명의 관객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임윤찬이 윌슨 응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 맞춰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자 모든 관객은 숨을 죽였다. 무대 양옆으로는 대형 화면이 설치되어 있어 임윤찬의 연주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줬다.
임윤찬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피아노를 섬세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연주했고, 지휘자인 윌슨 응과 눈짓으로 대화하면서도 그를 이끄는 모습도 보였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때보다 한층 기량이 성숙해졌다.
20여분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아직도 박수 갈채가 익숙하지 않은지 임윤찬은 무대를 뛰어 나와 쇼팽의 ‘녹턴’ Op.9-2번으로 화답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가 또다시 이어졌다. 임윤찬이 처음과 같이 무대에 뛰어 나와 인사한 뒤 라흐마니노프의 ‘라일락’을 연주했다.
임윤찬이 인사를 하고 무대뒤로 사라졌지만 관객들의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임윤찬이 다시 무대로 소환됐다. 임윤찬은 또 다시 토끼같이 깡총 뛰며 무대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지만 아직 풋풋함이 묻어나는 소년의 모습이 보여 살짝 웃음이 났다.
임윤찬의 세 번째 커튼콜 연주는 우리에게 친숙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임윤찬의 피아노 선율에서 슬픔이 살짝 느껴질 정도로 감동을 주었다.
또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관객 사이에서 '이제는 임유찬을 보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 멀리는 “이젠 됐어”라는 소리도 들렸다.
50여분 공연이 끝나고 벅찬 감동이 몰려왔다. 벌써부터 임유찬의 다음 무대가 손꼽아 기다려질 정도다.
공연이 끝난 평창의 밤하늘에서 수없이 많은 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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