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수출 다변화 정책 시급하다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대중 흑자 전년比 급감
아모레 등 수출 급락이어 중간재도 수출입 역전?
中과 기술격차 유지하며 EU 등지로 수출 확대해야
2022-11-14 16:40:40

10월 무역수지가 6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7개월 연속 무역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7개월 연속 적자는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2년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524.8억 달러인 반면 수입은 9.9% 증가한 591.8억 달러를 기록했다. 적자의 원인에 대해 산업부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기저 효과 등의 복합 요인으로 수출 증가세가 꺾인데 비해 수입액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의 조짐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하지만 지난 8월에는 무역통계를 작성한 이후 66년 만에 최대 적자인 93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10월까지 누적 적자액이 356억 달러에 달하고, 적자 기간 또한 7개월 동안 이어지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우리 수출의 버팀목이 되어 왔던 중국과 교역에서 4개월(5월~8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점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 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중국 정부의 도시 봉쇄 조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제품의 기술 경쟁력과 함께 예전 같지 않은 한·중 관계로 양국 간 교역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9월까지 대 중국 무역수지는 39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187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 또한 지난해에는 22.4%에 달했지만 올해는 2.7%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교역에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원인에 대해 대한상의는 지난 8월에 발표한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원자재·중간재 수입 증가 ▲공급망 재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를 꼽고 있다. 

먼저 중간재 수입과 관련해 특히 2차 전지의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72억5000만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의 수입액도 작년 상반기 11억1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1억80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디스플레이, 휴대용 컴퓨터와 같은 부문에서 산업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과 한·중 FTA 및 RECP 발효로 인한 특혜 관세(5.5% → 0%) 품목의 수입 증가도 대 중국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 주력 품목이었던 중간재 수출이 줄어든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갈수록 늘어나고 점이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중국 내수 시장을 휩쓸었던 삼성 휴대폰과 현대 자동차는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있다. 한류 붐을 타고 승승장구했던 LG와 아모레퍼시픽 등의 화장품 수출도 갈수록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중간재마저 수출입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면 대 중국 무역수지 적자의 고착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대 중국 수출 호조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중국 또한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을 발판으로 세계 수출 1위 국가로 우뚝 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한중 국제 분업 관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대국 굴기(?起))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성장이 우리 경제에 좋다’는 등식은 앞으로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 EU 등의 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정책을 수립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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